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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국민 절반이 ‘장기적 울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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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건대학원, 성인 1024명 조사

‘심각 수준’ 비율 30대가 14%로 최다… 2030대 ‘공정하다는 믿음’ 가장 낮아

‘심각’ 응답자 60%는 “자살 생각”

자살前 97% 신호 보내… 24%만 인지

“취업 과정이 불공정한 것으로 보여 울분을 감출 수 없습니다.”

취업준비생 김모 씨(26)는 “최근 반년 이상 분노와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에 최선을 다했으나 번번이 입사시험에서 떨어진 것이 주 원인이라고 했다. 김 씨는 “자주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도 했다. 국민의 절반가량이 김 씨처럼 장기적 울분 상태에 놓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령대로 살펴보면, 특히 30대가 강한 울분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민 절반 ‘장기적 울분 상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27일 성인 남녀 10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인의 울분과 사회·심리적 웰빙 관리 방안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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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응답자의 49.2%가 ‘장기적 울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각한 수준의 울분을 겪는다는 응답자는 9.3%로 이 중 60%는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심각한 울분을 느끼는 비율은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13.9%로 가장 높았으며 60세 이상이 3.1%로 가장 낮았다.

연구팀 관계자는 “울분은 부당함과 모욕 등 스트레스 경험에 대해 분노뿐만 아니라 깊은 좌절과 무력감이 동반되는 감정적 반응”이라며 “자신을 하층이라고 인식하는 경우 장기적 울분 비율이 60%로 높아졌고, 세상이 공정하다는 믿음이 클수록 울분을 적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세상이 공정하다는 믿음은 20, 30대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만 60세 이상에서 가장 높았다.

● 자살자 경고 신호 보내도 대부분 인지 못해

이날 보건복지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최근 9년간 자살사망자 1009명과 유족 1262명을 조사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자살사망자의 가족 또는 지인의 진술, 고인의 기록을 검토해 자살의 원인을 추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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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자살사망자의 96.6%가 사망 전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를 인지한 비율은 23.8%에 불과했다. 주요 경고 신호로는 감정 변화, 수면상태 변화, 자살·죽음에 대한 잦은 언급, 자기비하적 발언, 주변 정리 등이 있었다. 특히 자살사망자들은 직업, 경제, 연애 등에서 평균 4.3개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이들 중 약 86%는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자의 소득 수준은 월 100만 원 미만이 46.5%로 절반에 육박했다.

이번 조사에서 자살자의 유족 20%는 심한 우울감을, 40.2%는 중간 수준의 우울감을 토로했다. 또 32.1%는 중증 불면증을 호소했으며 43.7%는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권준수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양극화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울분과 우울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주변 사람들을 살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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