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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목멱칼럼]‘에이징 인 플레이스’에서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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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정 웰에이징연구소 대표] 노인이 자신이 살아온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벗어나지 않고 여생을 보내는 것을 뜻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이하 AIP)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노인복지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중요한 개념이다. 한국에서도 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부터 AI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데일리

AIP는 노인이 자신이 살아온 집이나 동네에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독립적이고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개념으로, 나이가 들고 어딘가 불편해져도 익숙한 환경에서 계속 살아가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제때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물리적인 거주지(내 집)에 머무르는 것으로만 범위를 좁혀서 생각하면 더 좋은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 집에 살 수밖에 없는 ‘스턱 인 플레이스’(Stuck in Place)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한 곳에서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살면서 심리적 안정 및 사회적 연속성 보장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필자는 ‘도시 독거 노인의 지속거주(Aging in Place) 경험에 관한 연구’(2019)에서 국내외 문헌 검토를 통해 AIP를 장소가 어디든 스스로 선택한 곳에서 독립적·자율적으로 지속해 살아가는 것으로 정의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의 유지와 사회적 지지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P 실현을 위한 외국 동향을 간단히 살펴보면, 미국에서는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AIP 지원 프로그램과 정책이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특히 메디케어와 같은 제도를 통해 가정 내 의료 서비스 제공이 확대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에서도 AIP는 중요한 정책적 이슈이며, 북유럽과 같은 복지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사회복지 시스템을 통해 노인들이 자택(자택과 같은 환경의 노인주택 포함)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급격하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이에 대한 준비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주거복지 정책과 재가 요양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아직 서구에 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노인이 오랫동안 생활해 온 장소에서 지내는 것은 익숙한 환경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을 비롯해 환경 변화로 생길 수 있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사회적 관계 유지 측면에서 노인은 기존의 사회적 네트워크(이웃, 친구, 종교 및 지역사회 단체 등)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이는 고립감을 예방하고 정신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많은 연구에서 AIP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그들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AIP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거 환경이 폭넓게 개선돼야 한다. 노인의 신체적 능력 변화에 따라 휠체어 접근성을 개선하거나 욕실에 안전 바를 설치하는 등 주거 환경을 개조ㆍ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가 요양, 간호, 의료 서비스 등을 통해 노인이 집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재가 서비스 제공 체제를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지역 사회는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노인이 필요할 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과 서비스를 제공해 그들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더 나아가 외국의 시니어 서비스 레지던스, 서비스형 고령자주택, 유료노인주택 등과 같이 내 집뿐만 아니라 익숙한 자신의 동네에서 삶을 지속하기 위한 주거 선택지가 확대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AIP는 단순히 물리적인 한 공간(내 집)에서 죽을 때까지 계속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삶의 질을 유지하고 사회적 연속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스턱 인 플레이스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실행력 강화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노인이 나이가 들어도 존엄성을 유지하며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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