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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내수 회복 더딘데 허리띠까지 졸라매… “성장 걸림돌 우려” [2025년도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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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재정에 부작용 지적

잇단 감세조치에 세수결손 충격 여전

2025년 성장률 전망 2024년보다 더 암울

재정역할 중요한데 경기 안정화 방기

보건·복지·고용분야 증가폭 4.8% 그쳐

취약층·노인 등 생활 곳곳 타격 클 듯

정부가 내년도 총지출 증가폭을 3.2%까지 억제한 것은 국세수입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경기가 채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올해(2.8%)에 이어 내년에도 총지출 증가폭이 3% 안팎에 머물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수 회복이 부진한 가운데 올해보다 내년 성장률 전망이 어두운 만큼 재정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정부가 경기 안정화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총지출 축소 여파로 내년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의 증가폭이 2023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편성되는 등 서민들의 삶이 곳곳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일보

지난 25일 서울 명동의 한 골목에 폐업한 매장이 늘어서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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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총수입은 651조8000억원으로 올해 예산안(612조2000억원) 대비 6.5%(39조6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기업실적 호조로 내년 국세수입(382조4000억원)이 올해 전망치(367조3000억원)보다 15조1000억원(4.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올해 세수가 전망치보다 10조원 이상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25조원 이상의 세수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 세수가 늘지만 여전히 2022년 세수(395조9000억원)보다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발생한 56조4000억원의 대규모 세수펑크 등 잇단 감세 조치에 따른 세수결손 충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건전재정’을 예산안의 중요 목표로 내세우면서 내년 총지출은 3% 초반대로 편성되며 타격을 받았다. 내년 총지출 증가폭(3.2%)은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올해(2.8%)와 2010·2016년(각 2.9%)에 이어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가 적자인 만큼 ‘긴축’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총지출 증가폭이 총수입의 절반 수준인 데다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4.5%)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사실상 긴축에 가까운 재정 운용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짠물’ 예산이 가져올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기관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정부 2.2% 한국은행 2.1%, 국제통화기금(IMF) 2.2% 등 2% 중반대인 올해보다 낮아진다. 최근 내수 회복세는 더디기만 한 상황이다. 실제 소매판매는 올해 2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총지출 증가율이 3%대 초반에 머물면서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돼야 할 정부 재정이 제 역할을 못해 오히려 경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일자리와 연관성이 큰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예산은 올해 26조4000억원에서 내년 25조5000억원으로 3.6% 감소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총지출 증가폭 3%대는 내년 명목(경상)GDP 상승률보다 작기 때문에 긴축이나 다름없다. 민간경제가 과열일 때 긴축을 할 수 있겠지만 내수 쪽을 보완해야 하는 지금 상황은 긴축을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된다”면서 “정부의 재정운용이라는 건 거시경제의 필요에 따라 거시경제 안정성과 성장을 위해 충분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고, 재원 조달은 그다음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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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지출 3% 초반으로 편성된 예산은 서민 생활 곳곳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안의 내년 증가폭은 4.8%에 머물러 윤석열정부 첫 예산인 2023년(3.8%)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 보건·복지·고용 분야에는 각종 저소득층·노인·장애인 관련 예산이 두루 포함된다. 실제 영유아 돌봄 등을 지원하는 사회서비스원 관련 예산은 올해 257억3000만원에서 내년 237억여원으로 삭감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부분이 있어 그만큼 예산이 줄었다”고 말했다. 사회서비스원 예산은 2021년 147억2300만원, 2022년 246억1000만원, 2023년 302억1900만원으로 늘어난 뒤 2년 연속 감액 편성되고 있다. 유병서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보건복지 분야에 주택 예산이 포함되는데 이는 변동 폭이 크다”면서 “주택 분야를 제외하면 보건·복지·고용 증가율은 6.6%로 올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주택 지원 등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물량은 2500호 늘리는 데 그쳐 특별법 개정에 따라 본격화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피해주택 매입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지 우려된다”면서 “‘든든전세’(임대료 시세 90%, 최대 8년 거주) 공급과 예산을 신설했는데, 이보다는 도심 내 주거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장기임대주택 확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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