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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초동시각]반도체 직접 보조금 아끼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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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 경쟁력 유지 위해선

현 저리 대출 공급방안으론 부족

美·日처럼 보조금 정책 고려해야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반도체 업계에 자금이 신속하게 조달될 수 있도록 4조3000억원 규모의 저리 대출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책 발표 이후 업계에서는 환영과 아쉬움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대출 지원만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산업IT부 재계팀장


현재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 산업을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보고 막대한 보조금을 바탕으로 경쟁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을 제정해 약 73조원 규모의 보조금, 대출, 보증 재원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R&D), 인력 양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도 상당한 보조금을 지원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칩은 1억6000만달러, 글로벌파운드리스는 15억달러, 인텔은 200억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았다. 이러한 대규모 지원은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일본 역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반도체 산업기반 긴급강화 패키지’를 마련해 약 15조원 규모의 제조시설 보조금 재원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2022년에는 대만의 TSMC가 일본에 설립한 제1공장에 약 4조4000억원, 2023년에는 미국의 마이크론에 약 1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이러한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은 일본이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반면 우리 정부의 이번 대출 지원은 저리 자금 제공이라는 점에서 단기적인 현금 흐름을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업들이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유도하거나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적인 보조금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보조금은 기업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과감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최근 여야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국민의힘 인공지능(AI)·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고동진 의원은 반도체 투자, 기술 개발, 설계, 제조, 공급 업체에 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 의원 역시 반도체 산업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법안을 제시했다.

전문가들 또한 첨단산업 지원에 있어 더욱더 적극적이고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열린 ‘첨단산업 국가전략 세미나’에서 "반도체의 경우 생산시설인 팹(공장) 한 기당 20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므로, 주요 국가들처럼 정부가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산업인 만큼 정부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시각에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영원한 1등이 없으며 ‘1등의 저주’에 빠진 인텔의 현재 상황이 한국 반도체 업체의 미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 파격적인 지원 없이는 새로운 신화를 창조할 수 없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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