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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이란 최고지도자 “어떤 장애물도 없다”… 美와 핵협상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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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서방에 유화적 태도 내비쳐
개혁파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 후 변화
美 “이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할 것”


매일경제

지난 27일(현지시간)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가 이란 국영TV로 방영된 영상에서 “적과 관계를 맺는 건 모순이 아니며 그 앞에 어떤 장애물도 없다”며 미국과 핵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공개 발언을 했다.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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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미국과 핵 협상에 대해 열려 있다는 취지로 공개 발언을 꺼내면서 중동 내 긴장 완화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이란 국영TV로 방영된 영상에 등장해 “어떤 곳에선 같은 적과 관계를 맺는 건 모순이 아니며 그 앞에 어떤 장애물도 없다”며 미국과 핵 협상 추진 가능성을 시사함과 동시에 “관건은 우리가 적에게 희망을 걸고 적을 신뢰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고 섣부른 기대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하메네이의 발언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를 이스라엘이 제거한 뒤 양국간 긴장이 고조된 와중에 중도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과 내각 회의 석상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NYT는 “하메네이가 최근 양국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서방의 경제 제재에 관해 가진 비공식 대화 당시 보다 더 본질적인 내용을 암시했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중동에서 향후 더 큰 분쟁이 일어날 것이란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숨진 강경파 아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후임으로 지난달 30일 공식 취임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중도 개혁 성향으로 서방과 이란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다. 그는 대선 운동 과정에서 이란에 부과한 서방의 경제 제재 조치를 해제하기 위한 핵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하메네이도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내세운 서방 경제 제재 완화란 목표에 대해선 큰 틀에서 공유하고 있지만 최근 이스라엘과 충돌한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을 배후에서 지원하는 과정에서 미국·이란 관계도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정부에서 최종 결정권을 가진 하메네이가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유화 정책에 어느 정도까지 동의할 지도 아직 알려진 게 없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가운데 누가 차기 미 대통령이 되는지에 따라 핵 협상의 현실화 가능성이 달라질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재임 중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타결시킨 이란과 서방의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대이란 경제 제재를 부활시킨 장본인이다. 이후 이란도 핵합의 파기에 대응해 우라늄 농축을 늘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을 중단했다.

이란 전문가인 레이 타케이 미국외교협회 수석연구원은 하메네이의 발언에 대해 “이전 행정부의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를 예측할 수 없는 인물로 보기 때문에 트럼프와 협상할 수 없다고 여겼다”며 “이번 발언은 본질적으로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를 가정해 협상의 매개변수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란 전문가인 메르자드 보루제르디 미주리 과학기술대 예술·과학·교육대학 학장은 하메네이의 성명은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선다는 청신호의 의미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며, 최근 몇 년간 하메네이의 공개 발언은 다소 일관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날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하메네이의 발언에 대해 직접 언급하진 않은 채로 미국은 이란의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며 양국 갈등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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