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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창 밖으로 던진 외장하드 소유권 부인했다면 “영장 없어도 증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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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혐의' 피의자, 압수수색 때

창 밖으로 외장하드 던졌을 경우엔

압색 영장 없이도 범죄 증거로 인정

불법촬영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외장하드를 창 밖으로 던지고 소유권도 부인했다면 이를 압수수색 영장 없이 별건 범죄의 증거로 삼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대법원 1부(당시 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처벌법·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세계일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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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7∼2019년 여성 청소년과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하고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제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초 경찰은 A씨가 여성들의 치마 입은 모습 등을 불법 촬영했다는 제보를 받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그의 PC에 저장된 파일을 압수했다. A씨는 압수수색 직전 신발주머니에 파일 저장매체인 SSD 카드를 담아 20층 아파트에서 밖으로 던졌다. 경찰이 우연히 이를 발견했으나 A씨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에 경찰관은 해당 SSD 카드를 유류물(버려진 물건)로 보고 영장 없이 압수했다. 형사소송법 218조는 유류물의 경우 압수수색 영장 없이 압수가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A씨의 PC와 SSD 카드에서는 당초 제보 내용 외에도 아동·청소년을 비롯한 여성들의 나체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영상 등 새로운 범죄 혐의들이 다수 발견됐다. 검찰은 이 영상들을 증거로 삼아 A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 법원은 증거 능력을 인정해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 법원은 PC와 SSD 카드에서 나온 것들을 증거로 쓸 수 없다며 성 매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압수수색 중 발견한 새로운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새 영장을 발부받아 증거를 압수해야 하고, 저장매체 탐색 과정에서도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SSD 카드는 유류품이므로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고 영장 발부 범죄와 무관한 내용을 압수했더라도 위법이 아니라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정보저장매체를 소지하던 사람이 그에 관한 권리를 포기했거나 포기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압수할 때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압수의 대상이나 범위가 한정된다거나 참여권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경찰이 새로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임의로 압수한 PC 파일에 관해서는 2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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