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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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한국과 일본 정부가 국교정상화(수교) 과정에서 맺은 합의.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정부가 수교의 대가로 받았던 배상금을 돌려달라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의 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일본이 한국 정부에 지급한 배상금엔 개인 피해자 몫이 없었고, 일본에 대한 개인 청구권은 유효한 상태이니,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 받는 게 맞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 최규연)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김모씨 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8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모씨 등 9명이 동일한 취지로 낸 소송도 같은 법원 민사합의45부(부장 김경수)에서 이날 기각됐다.
이들은 한일청구권협정 체결로 한국 정부가 받은 배상금 중 일부를 달라며 소송을 걸었다. 당시 일본 정부가 한국에 지불한 3억 달러엔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도 포함돼 있는데, 박정희 정부가 이를 정부 몫으로 가져가고 개인 피해자들에겐 나눠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두 재판부는 한일협정에 따른 보상금 속에 피해자 개인에 대한 배상금이 포함됐다는 전제부터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2년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다"며 정립한 판례가 근거였다. 만약 한국 법원이 '1965년 배상금에 개인 배상이 포함됐다'고 판결한다면, 일본 정부가 이미 개인 배상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지금 일본 측에 배상을 요구할 근거가 약해질 수도 있다.
민사합의15부는 "대법원은 2018년에도 전원합의체 판결로 불법적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기업의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밝혔다"고 설명했다.
민사합의45부 또한 "원고들의 주장은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침해됐다는 것인데, 대법원이 판시한 바와 같이 청구권협정 체결만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순 없다"며 "대법원 판례와 다른 주장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두 재판부 판결 취지는 강제동원 관련 배상은 일본 측에 직접 청구하는 게 옳고, 피해자들은 일본으로부터 배상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전날에도 광주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 유상호)는 유족 9명이 미쓰비시 마테리아루(옛 미쓰비시 광업)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6명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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