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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찜통 물류센터’ 노동자 “폭염 휴게시간 법제화, 국회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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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가 8일 국회 앞에서 ‘물류노동자 폭염투쟁 보고 및 폭염대책 입법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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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경보가 발효됐던 지난 13일 오전 10시, 경기 여주의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물류센터 1층에 설치된 온습도계에는 온도 32.1℃, 습도 68%가 찍혔다. 이를 체감온도로 환산하면 33.15℃다.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가이드’는 체감온도가 33℃ 이상일 때 매시간 10분씩의 휴게시간을 제공하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물류센터 온도감시단’에 속한 현장노동자의 기록을 보면, 폭염에 따른 추가 휴게시간은 부여되지 않았다.



28일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일부터 쿠팡 물류센터 6곳과 다이소 용인남사허브 물류센터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직접 측정한 온습도 기록과 폭염에 따른 휴게시간 부여 여부를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냉난방 장치 설치 의무가 없어 다른 실내 작업장보다 냉방장비가 부족한 물류센터들의 체감온도는 34~35℃를 넘나드는 날이 많았다. 체감온도 33℃ 때 1시간마다 10분, 35℃ 때 1시간마다 15분 보장돼야 하는 추가 휴게시간도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경기 안성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김민혁씨는 “냉난방 장치는 주로 포장 구역에 있고 나머지 구역에는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밤에도 더워서 온몸이 땀으로 다 젖는다”며 “이런 상황인데도 회사는 추가 휴게시간을 1시간마다가 아니라 하루에 한번씩만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가이드에 따른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해도 회사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강제력이 있는 법령이 아닌 ‘가이드’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의 하위 규정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해 열사병 등이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주는 근로자가 적절하게 휴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 역시 끊이지 않았다. 김태인 공공운수노조 사무처장은 “말로만 폭염 대책이 필요하다 할 것이 아니라 법 개정 등 국회가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폭염에 대한 사업주의 보건 조치 의무를 구체화하고 물류센터 노동자들에게 유급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워지기 시작한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국회에는 폭염 관련 산안법 개정안이 8건이나 발의됐지만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한 상황이다.



‘사업장마다 상황이 달라 폭염에 따른 사업주 조처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긴 어렵다’며 온열질환 가이드 법제화에 반대해왔던 노동부도 최근 폭염 장기화로 인한 온열질환 우려가 커지자, 폭염에 따른 사업주의 구체적 조처 기준 마련을 위한 검토에 나섰다. 노동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휴게시간이 (물·그늘보다) 상대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판단돼 이 기준을 구체화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산안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개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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