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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멈춰 선 ‘빅 셀트리온’…재추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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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했던 ‘서정진의 꿈’


셀트리온그룹의 ‘빅 셀트리온’ 계획이 멈춰 섰다. 셀트리온 주주들이 2단계 합병(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을 반대하면서다. 셀트리온그룹은 향후 주주가 원하면 언제든 합병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자본 시장 관계자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본다. 주주 마음을 돌리려면 셀트리온제약 실적이 주가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킬 만큼 ‘퀀텀 점프’해야 한다. 하지만 모회사 셀트리온에 의존한 상품 판매 매출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큰 폭의 실적 개선은 어렵다는 평가다.

매경이코노미

셀트리온그룹이 계획한 3사 합병이 일단 무산됐다. 사진은 셀트리온 본사 전경. (셀트리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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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반발에 무산된 2단계 합병

제약 고평가 논란이 발목

셀트리온 3사 합병 계획이 구체화된 건 2023년 8월이다. 당시 합병설명회(IR) 자리에 등장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단계적 합병 방식을 언급했다. 1단계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하고 이후 셀트리온제약을 추가 합병해 3사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이었다. 올해 초 1단계 합병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문제는 2단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합병. 시작부터 이슈가 됐다. ‘주주들이 원하지 않는 합병’ 꼬리표가 붙으면서다.

셀트리온 소액주주연대는 합병 논의가 시작된 지난 7월 신문 광고를 게재했다. 60만명 셀트리온 주주는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결사반대한다는 것. 이유는 단순하다. 현재 주가가 고평가 상태인 셀트리온제약과 합병하면 셀트리온 주주 가치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합병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8월 1일 기준 셀트리온제약 주가수익비율(PER)은 232.3배까지 치솟았다. 셀트리온 PER(84.2배)의 3배 수준이다. PER이 높다는 건 이익 대비 주가가 비싼 구간이라는 의미다. 자본 시장 관계자는 “현행법이 상장사 간 합병 시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만큼 셀트리온 주주 반대는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그룹이 진행한 주주 설문조사 결과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했다. 셀트리온 주주 다수는 반대표와 기권을, 셀트리온제약 주주 다수는 찬성표를 던졌다. 셀트리온 주주는 찬성 8.7%, 반대 36.2%, 기권 55.1%의 의견 비율을 보였다. 반대 의견을 낸 주주 중 ▲58%는 양 사 합병 비율이 만족스럽지 않다 ▲21%는 자회사로 합병 시 실익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셀트리온제약 주주는 합병 찬성이 67.7%, 반대 9.8%, 기권 22.6%로 나타났다.

셀트리온그룹은 반대 의견이 많다는 이유로 2단계 합병을 멈췄다.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진행할 경우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 상태에서 합병을 진행할 경우 셀트리온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재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합병 관련 회계법인 외부 평가와 내부 평가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반대 주주가 회사에 일정 가격으로 주식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커지면 기업 재무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 써야 할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뭐든 ‘끌어올려야’ 재추진

나스닥 상장 계획 영향 없나

셀트리온그룹은 ‘적절한 시점’에 합병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합병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양 사 이사회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양 사는 이제 본업에 집중해 성장과 그룹 내 시너지 창출에 더 몰두할 계획”이라며 “양 사 주주 이익이 수반되는 통합은 주주가 원하면 언제든 검토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주주 의견에 귀 기울이고 주주 가치 제고를 최우선해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적절한 시점은 결국 적절한 합병 비율과 관련 있다. 양측 주주 모두 만족할 만한 합병 비율을 제시하려면 ① 셀트리온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리거나 ② 셀트리온제약 실적을 주가 수준에 맞춰 끌어올려야 한다. ①은 한계가 분명하다. 주가는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변수가 많다. 결국 합병을 위한 가장 명확한 해법은 ②다.

다만 이 역시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셀트리온제약은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2021년 3988억원이던 매출은 2022년 3860억원, 2023년 3887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세다. 2021년 478억원에서 2022년 382억원, 2023년 36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31억원으로 전년 동기(243억원) 대비 46%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상품 판매 비중이 높은 탓에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는 것. 상반기 셀트리온제약 상품 판매 매출 비중은 39.7%에 달한다. 셀트리온제약은 모회사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램시마·트룩시마·허쥬마 등) 국내 판매를 맡고 있다. 독립 리서치 법인 IV리서치도 “양 사의 합병은 장기적 호흡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으며, 현시점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제약은 합병 불발 직후 ‘미래 비전’을 시장에 제시했다. 어떻게든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제약은 지난 8월 19일 ‘비전 2030’을 발표하고 혁신적인 변화와 경쟁력 강화로 2030년까지 국내 5대 제약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연구개발(R&D) 전문 인력을 보강해 관련 역량을 강화하고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와 신약 플랫폼 기술 개발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나스닥 상장 계획 문제없나

“합병 결과 무관하게 검토 중”

일각에서는 2단계 합병 불발이 서 회장이 밝힌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 상장 계획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서정진 회장은 지난해 8월 셀트리온그룹 투자자 대상 온라인 간담회에서 “3사 합병 이후 필요하다면 셀트리온홀딩스 상장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1월에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와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퓨처 리더스 캠프에서 보다 구체화된 계획을 밝혔다. 서 회장은 “이르면 연말, 늦어도 2025년 초에는 셀트리온홀딩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라고 관련 부서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홀딩스 상장 최초 언급 당시 전제 조건을 ‘3사 합병’으로 제시한 만큼 시장에선 나스닥 상장 계획 유지 여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다만 이를 두고 셀트리온 측은 “합병 결과와 무관하게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병 결과에 엇갈린 주가 향방
셀트리온제약 주가 뚝뚝…“책임 없는 자세”
지난 8월 16일 셀트리온그룹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셀트리온제약 주가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8월 14일 7만7100원이던 주가는 8월 16일 7만5700원을 기록하더니 8월 21일 7만2200원까지 떨어졌다. 합병 기대감에 올해 초 12만원대를 돌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한 셈이다.

이에 일부 셀트리온제약 주주 사이에선 셀트리온그룹 합병 결정 방식을 두고 불만이 거세다. 특히 ‘기권’을 ‘반대’로 판단한 점을 두고 지적이 나온다. 셀트리온그룹은 대주주 표를 중립으로 두고 설문조사 종료 후 주주 다수 의견에 따르는 방식을 택했다. 셀트리온 주주 대상 합병 설문 결과 찬성 8.7%, 반대 36.2%, 기권 55.1% 의견이 나왔다. 다수는 기권이지만, 셀트리온 대주주는 반대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기권도 합병에 부정적인 의견으로 봐야 한다는 회사 측 판단에서다. 일부 주주들은 “3사 합병을 강조한 만큼 이를 지킬 의지를 보여야 하는데, 주주 설문을 핑계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셀트리온 주가는 오름세다. 8월 21일 종가는 19만9800원으로 8월 16일(19만7200원)과 비교해 소폭 상승했다. 주주들 사이에서도 ‘악재를 털어냈다’는 반응이 나온다. 증권가는 사업성만 놓고 보면 하반기 셀트리온 주가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바이오시밀러 신제품 확대와 짐펜트라 고성장 등으로 향후 3년 동안 실적 고성장이 기대된다”며 “올해 연간 매출 3조5949억원, 2025년 연간 매출 4조6553억원, 2026년 6조1259억원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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