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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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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푸·파오차이 생떼에…북한, 중국 영화·드라마 불순 녹화물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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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북한이 처음으로 중국의 영화 및 드라마를 불순 녹화물로 지정했다. 사진은 평양의 한 상점에 영화 DVD·VCD가 진열돼 있는 모습./AP=자유아시아방송(r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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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처음으로 중국의 영화 및 드라마를 불순 녹화물로 지정했다.

28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북한 당국이 우리나라의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중국의 예술작품을 불순 녹화물 목록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북한에서 중국 영화, 드라마를 거의 단속하지 않았던 점을 생각해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함경남도에 거주하는 소식통 A씨는 "지난 5월 말~6월 초 남한 배우 김련자(김연자)의 우리나라(북한) 공연 노래를 비롯한 남한 노래와 영화 등 보지 말아야 할 불순 녹화물 목록이 포치(지시)됐는데, 거기에 인디아(인도), 로씨야(러시아) 영상과 함께 중국 텔레비죤 연속극과 영화가 수십 편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녹화물이 금지 목록에 나온 걸 처음 봤다"고 덧붙였다.

불순 녹화물로 지정된 중국 영상물은 '양산백과 축영대' '남자의 매력' '상해에 온 사나이' '무예전' '형사경찰' 등으로 홍콩과 중국에서 제작된 영화 및 드라마였다. 북한 주민들이 대부분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널리 퍼져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A씨는 "한국 영화와 달리 봐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중국 영화와 텔리비죤연속극이 불순 녹화물로 지정된 것에 놀랐다"며 "이제 와서 불순 녹화물이라고 하니 어처구니없다. 코로나 감염병 사태가 끝난 지 오래지만 아직까지 (중국) 국경 세관이 완전히 열리지 않는 것을 보면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각급 당 조직과 사법기관에 주민들이 '중국 역사관'에 대한 강연 녹음물을 듣거나 유포하지 못하도록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지시문의 핵심은 간부들만 접할 수 있는 내적 녹음물 자료가 사회에 돌고 있는 것에 지적하고, 일반 주민들이 관련 녹음물을 듣지 않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더 이상 유포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라며 "며칠 전 군당위원회 지도원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관련 내용을 알게 됐다. 중국이 조선 역사 왜곡을 했다는 걸 이번에 처음 들었다"고 전했다.

나선시 주민 B씨에 따르면 문제가 된 중국의 역사관은 '고구려가 중국 소수민족이 세운 나라'라는 주장과 '한복, 김치 등이 중국 문화'라고 했던 점 등이었다.

그는 "이번 지시문 하달로 일반 공장 기업소 지도원급 간부는 물론 적지 않은 주민들이 정확한 내용은 잘 몰라도 중국이 조선(한반도)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에서 백제나 신라보다 고구려가 훨씬 더 중요하게 취급되는 만큼 일반 주민들도 중국 동북 3성 지역이 과거 고구려의 영토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며 "이번 지시로 인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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