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NGO들 "생명 구조, 피부색·지갑 크기 따라 차별"
유럽 구조 당국의 이중 잣대 비판하는 NGO들 |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유럽 내 난민 지원 비정부기구(NGO)들이 최근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앞바다에 가라앉은 호화요트 베이지언호에 대한 구조 당국의 대응을 지켜보며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같은 해역에서 같은 구조당국이 난민 보트는 호화요트만큼 신속히 구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일 인도주의 단체인 시-아이(Sea-Eye)는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에게 지중해에서의 모든 죽음은 출신 지역이나 그들이 얼마를 버는지에 관계없이 너무 많은 죽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언론과 우리 사회, 정치권의 반응은 익사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랐다"며 "우리는 최근 몇 달 동안 지중해의 비극이나 우리의 구조 상황에 대한 보도가 베이지언호 사건처럼 광범위하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국의 유명 IT기업가 마이크 린치가 베이지언호 실종자 중 한 명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언론은 모든 상황을 실시간 보도하며 취재에 열을 올렸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요트 침몰 당일부터 심해 잠수부들을 투입해 실종자를 수색했고 영국의 해양 사고조사국도 조사관 4명을 현장에 파견했다.
반면 베이지언호 침몰 며칠 뒤 지중해 중부에서 난민 43명을 태운 소형 보트가 난파했을 땐 구조 요청이 계속해서 무시됐다고 또 다른 독일 NGO인 시워치(Sea Watch)가 소셜미디어(SNS)에서 지적했다.
당시 이 보트에 탄 난민 중 12명은 무게를 줄여 보트 침몰을 막아 배 위의 어린이 4명을 보호하려고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이 단체는 "이탈리아와 유럽 당국엔 두 난파선이 존재한다. 하나는 즉시 구조되고 다른 하나는 그 운명에 맡겨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난민보트가 24시간 동안 방치됐다가 다른 NGO 구조선이 현장에 도착해 비로소 이들을 구해냈다며 "이건 EU의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SNS 계정에 베이지언호와 난민보트 사진을 함께 올리며 "유흥을 위해 부유한 기업가들이 탄 요트는 이탈리아 당국이 즉각 구조에 나섰고 바람 빠진 고무보트는 24시간 넘게 방치되다 NGO에 구조됐다"는 글을 올렸다.
'지중해 생명 구조'의 설립자 중 한 명인 루카 카사리니는 "요트에 탄 부자나 관광객을 구하기 위해 당국이 개입한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라며 "도움이 필요한 이주민을 구하기 위해 이런 구조 전략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시워치는 성명에서 지난 10년간 지중해에서 사망한 이주민이 3만명이 넘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는 정치적 위선에 분노한다. 생명을 구하는 노력이 누군가의 피부색이나 지갑 크기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NG0 오픈암스(Open Arms)의 오스카르 캄프스는 "당국은 이주민 시신 수습은 번거롭다는 이유로 꺼린다. 신원을 확인하고 DNA 샘플을 채취하고 매장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난 많은 사람이 바닷속에 남겨지게 됐다"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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