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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윤 대통령 "의료개혁 못 멈춰"… 의사들 "현장 아우성 안 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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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비상진료 유지 가능하다"
의사들 "현실 인식 안이하다"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열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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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은 마무리된 만큼 이제 지역·필수의료 살리기에 집중하겠다"며 강한 의료개혁 의지를 내비쳤지만 의사들은 "현실 인식이 안이하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열어 "의료개혁 과정에 여러 문제도 있지만 그것은 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이지, 그 문제 때문에 멈출 수는 없다"며 "의료개혁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중심 전환, 필수의료 분야 수가(의료서비스 가격) 개선, 향후 5년간 10조 원 재정 투자,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 전공의 수련환경 개편 등을 약속하며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최근 응급실 위기설 등 의료 공백이 심화됐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 게 근본 문제인데, 그분들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수가를 개선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강력히 지지해 주면 의사들이 돌아올 때까지 비상진료체계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현장과 괴리된 인식"이라며 성토했다. 김성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변인은 "중증 응급환자를 돌보는 진료 현장의 아우성이 대통령에게는 들리지 않는가"라며 "현실 인식이 안이할 뿐 아니라 아무런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대통령 말대로 위기가 아니라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왜 운영하고, 전공의 추가 모집은 왜 하는가"라며 "이번 브리핑을 보며 현장에 남은 의사들은 몹시 허탈감을 느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동영 대한의사협회 부대변인도 "누구 말이 맞는지는 현장에 가 보면 알 것"이라며 "담화에 새로운 내용이 없어서 더 할 얘기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이 마무리됐다"고 강조하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여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유예' 중재안을 재차 거부했다. 아울러 "의료계는 어느 정도 인원이 필요한지 한 번도 의견을 낸 적이 없다"고 지적하며 "합리적 대안을 가져오면 대화할 수 있다고 했으나 의사들은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한다. 국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의사들은 정부가 근거 없이 무리하게 의대 증원을 추진했다면서 지금이라도 내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성근 전의교협 대변인은 "내년에는 증원된 신입생과 올해 휴학한 학생까지 7,500명이 수업을 받아야 하고, 설사 내년도 증원이 백지화돼도 6,000명이 교육받아야 하는데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가능하겠나"라며 "내년 3월에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데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들겠다는 주장은 허상일 뿐"이라고 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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