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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사설] 국민과 동떨어진 대통령 인식 재확인한 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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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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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정브리핑을 통해 연금·의료·노동·교육에 저출생을 더한 '4+1 개혁' 추진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선 각종 현안에 대해 언론과 질의응답을 나눴다.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이후 112일 만에 이뤄진 대국민·언론 소통에 대한 기대와 달리, 국민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인식을 재확인하게 된 것은 당혹스럽다.

윤 대통령은 경제 상황과 관련해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고물가, 고금리에 신음하는 국민 체감경기와 괴리가 컸다. 집값 안정을 위해 마련했다는 8·8 주택 공급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 발표 이후에도 집값은 여전히 뛰고 있고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가 집값 불안을 더 키울 것이란 시장 전망은 무엇이란 말인가.

기자회견에선 민감한 현안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거나 이전보다 후퇴한 입장을 내놓았을 뿐이다. 대통령실이 연루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는 "(국회 법사위) 청문회를 봤는데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게 드러나지 않았냐"고 했다. 이처럼 대통령이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데, 향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결과를 누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이 여야 합의 처리될 경우 수용할지 여부도 답하지 않았다.

제3의 장소에서 이뤄진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관련한 검찰 조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엔 "저도 검사 시절 전직 영부인 자택까지 찾아가 조사한 일이 있다"며 에둘러 반박했다. 여야 합치에 대해선 "지금 국회 상황은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한다"며 정치 실종 책임을 국회에 돌렸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소통하는 대통령'을 표방했다. 그러나 야심 차게 도입한 출근길 문답은 21개월째 중단된 상태고, 기자회견도 이번까지 세 차례에 불과하다. 지난 총선 참패에서 보듯 윤 대통령의 '불통'은 국정 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간만에 마련한 소통 기회를 국민이 공감하기 어려운 대통령의 말씀만으로 채운다면 남은 임기 동안 윤 대통령이 강조한 4+1 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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