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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단독]'미성년자 딥페이크'에 "성착취無" 판결…비웃는 가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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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용돈벌이로 '딥페이크 성범죄'

법원 "실제 성 착취 행위는 없었다"며 집유

대통령 "철저한 수사" 지시했지만

텔레그램방에서는 "내가 잡힐 것 같나"

강경 처벌론↑…당정, 처벌 강화 추진

노컷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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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적인 '딥페이크 성범죄' 확산으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은 이 같은 범죄에 대해 '실제 성 착취가 없었다'거나 '피고인 나이가 어리다'는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이 나서서 딥페이크 성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지만, 여전히 관련 텔레그램 대화방이 활발히 운영되며 "내가 잡힐 것 같느냐"는 글이 버젓이 올라오는 이유도 솜방망이 처벌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기심에, 용돈벌이로 '딥페이크'…법원 판결 따져보니


30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제주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딥페이크 관련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안모씨는 2022년 4월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제작 과정에서 실제 대상자에 대한 성 착취 행위가 수반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2020년 7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에서 아동·청소년인 여성 연예인과 성인 여성 연예인의 사진을 활용한 '딥페이크 음란물 공유방' 총 2개를 운영하며 구독료 명목으로 1인당 매월 10~30달러를 챙긴 혐의를 받는다. 안씨는 해당 연예인들의 얼굴을 다른 영상에 합성하는 방식으로 아동·청소년성착취물 100개를 제작하고, 제작물을 배포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이른바 '딥페이크'를 이용한 허위영상물의 편집·합성 또는 가공 및 반포 행위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 매체의 발달로 해당 영상물이 언제라도 무분별하게 유통에 제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상당하다"며 "1년 6개월간 판매 채널방을 운영하며 약 661만 원가량의 범죄수익을 얻어 그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사건 아동·청소년성착취물과 허위영상물은 모두 음란한 사진에 대상자들의 얼굴을 합성한 것이어서, 제작 과정에서 실제 대상자에 대한 성 착취 행위가 수반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아동·청소년 등 대상자를 직접 촬영한 사진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법익 침해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하한보다 낮은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양형기준 따른 권고형의 하한은 징역 7년이었다.

피고인이 어리다는 점이 적극적으로 고려된 판결 사례도 있었다. 전주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여성 지인들의 사진을 이용해 불법 합성물을 만들어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모씨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박씨는 2021년 4월부터 약 4개월간 피해자들을 사칭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며 피해자 얼굴로 만든 불법 합성물을 피해자 이름과 인적 사항 등과 함께 게시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유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성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비교적 어린 나이였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불법합성물을 구매한 후 돈을 받고 영상을 재유포한 딥페이크 가해자도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는 데 그쳤다. 수원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는 2020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텔레그램 대화방을 운영하며 불법 합성물을 총 52회에 걸쳐 판매해 75만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겼다.

재판부는 "디지털 매체의 특성상 합성영상물이 한번 반포된 이후에는 완전한 삭제가 어렵고 추가 유포될 가능성이 있어 피해자들의 인격권과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뉘우치며 반성하고,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다"며 권고형 하한인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마저도 검사와 피고인 모두 항소해 열린 2심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솜방망이 처벌 비웃듯…텔레그램에선 "내가 잡힐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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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텔레그램 방을 만든 운영자가 "기사가 나가면 기자도 지인능욕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텔레그램 대화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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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법원의 판단을 두고는 최근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와는 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수의 성범죄 피해자를 대리해 온 신진희 변호사는 "(재판부가) 아직 불법 합성물을 조악한 수준으로 보고, 피해 정도가 덜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생성형 인공지능(AI)이라든지 툴 자체가 굉장히 정교화 됐다. 피해자나 제3자가 봤을 때 진짜 사람으로 오인할 정도라면 중한 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불법 '합성물'이라도 실질적인 성착취가 이뤄졌다고 봐야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신 변호사는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르면) 누가 봐도 아동·청소년에 대한 불법합성물이라면 실존하는 사람의 신체가 아니더라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1개 사진을 합성해서 퍼뜨리는 순간 수만 개가 된다. 허위 영상물인 딥페이크 같은 경우 너무 손쉽게 죄 의식 없이 더 유포가 많이 된다"며 "적어도 불법 촬영물에 준해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통령의 지시로 집중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딥페이크 대화방이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도 강경 처벌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7일 딥페이크 성범죄를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규정하며 "관계 당국에서는 철저한 실태 파악과 수사를 통해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 달라"고 지시했다. 경찰도 즉각 특별 집중단속에 나섰지만, SNS에선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전날 확인한 딥페이크 관련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솔직히 여자 면상에 누드 사진 좀 붙인 것 갖고 왜 이렇게 난리"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나아가 "방 터지면 지능(지인능욕) 못할 줄 알아? 내가 잡힌 거 같아? 안 잡혀. 끝까지 지능(지인능욕) 해줄게"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합성러(합성할 수 있는 사람) 모집해서 기사 낸 기자와 뉴스 앵커 다 딥페이크 해버리고 싶다", "기자들도 당해봐야 헛소리 작작 쓰지. 딥페이크 기사 다룬 기자들 목록방도 만들어줘" 등 메시지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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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이용자 간에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대화가 오갔다. 텔레그램 대화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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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강화 추진


딥페이크 공포가 확산하자 국민의힘과 정부는 전날 국회에서 관련 부처 긴급 현안 보고를 받고 현행 최대 징역 5년인 허위 영상물 유포 등 형량을 최대 징역 7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불법 정보 자율 규제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와 텔레그램 간 핫라인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국회에선 관련법 개정안도 다수 발의됐다. 대부분 허위영상물 반포 목적에 상관없이 편집·합성·가공 뿐만 아니라 소지·구입·저장·시청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을 골자로 한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허위 영상물을 제작·반포한 경우에만 처벌한다.

한편 교육부는 긴급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다음 달 관계 부처 대책회의를 거쳐 오는 10월 중 교육 분야 딥페이크 대응 후속 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업무협약을 맺고 딥페이크 음란물 신고가 들어올 경우 24시간 이내에 해당 영상을 삭제하는 핫라인을 가동하기로 했다.

경찰은 '딥페이크 성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7개월간의 집중 특별단속에 나섰다. 특히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딥페이크 음란물을 자동 생성하는 텔레그램 프로그램(봇) 8개를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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