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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훈련방해된다고 1cm 남기고 싹둑”…해군 첫 여군 심해잠수사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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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훈련 중인 문희우 해군 중위 모습. [사진 출처 = 대한민국 해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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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오만가지 훈련들이 감히 명함도 못 내밀 해군 해난구조전대(SSU) 선발 과정을 여군이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적용된 평가 기준 역시 남군과 동일했다고 한다.

30일 해군에 따르면 이날 열린 SSU 해난구조 기본과정 수료식에서 장교 9명, 부사관 24명, 병 31명 등 교육생 64명이 수료하고 정식으로 심해잠수사가 됐다.

교육생 중 대위 진급이 예정된 문희우 해군 중위는 여군 최초로 심해잠수사 휘장을 거머쥐었다.

문 중위는 대학에서 체육학·해양학을 전공하고 학사사관후보생 132기로 입대해 지난 2022년 6월 해군 소위로 임관했다. 호위함 대구함에서 항해사, 해군교육사령부에서 군수계획담당으로 근무하다가 올해 해난구조 기본과정에 지원했다.

대학생 때 이미 스쿠버다이빙과 인명구조 자격을 취득할 정도로 물과 친숙했던 그는 물에서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고, 심해잠수사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실제로 심해잠수사 과정에 지원하기까지는 용기가 필요했다. 문 중위는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군인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지원서를 제출했다.

해난구조 기본과정에 여군은 단발머리로도 입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 중위는 머리가 길면 수영 등 훈련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어깨까지 내려오던 머리를 입교 전날 약 1㎝만 남기고 잘랐다.

문 중위는 “교육과정 내내 머리 자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편해서 계속 유지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남군과 같은 기준의 체력·수영 검정을 거친 뒤 기본 과정에 입교한 그는 “(입교 후) 하루하루가 내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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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중인 문희우 해군 중위 모습. [사진 출처 = 대한민국 해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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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중위는 “장거리 바다 수영 도중 먹은 초코빵, 에너지바, 사탕이 기억난다”며 “바다에 떠서 바닷물과 달콤한 간식이 함께 입에 들어갈 때 ‘단짠단짠’의 느낌은 고급 디저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맛이었다”고 회상했다.

SSU 지원 결심 이후부터 약 1년간 체력 단련에 임하고서 들어왔지만, 구조자 자신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인명구조 훈련이 특히 힘들었다고 한다.

문 중위는 “인명구조 훈련은 뜀걸음, 체조, 수영, 중량물 착용 입영 등으로 체력을 거의 소진한 상태에서 시작된다”며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고 물도 많이 먹었다. 물속에서 눈앞이 노래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문 중위는 가장 어린 교육 동기보다 8살 많은 최고령 교육생이기도 했다. “훈련 후 신체 회복 속도가 더뎠던 것 같고 체력 훈련을 따라가는 데 애를 먹었지만,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첫 여군 심해잠수사이자 새로운 도전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유일한 여군 심해잠수사일 것”이라며 “후배들이 나를 보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해난구조 전문가로 성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해군에 따르면 이날 수료한 심해잠수사들은 지난 6월 10일부터 12주에 걸친 교육훈련을 받았다. 1∼6주 차에 매일 7시간 수영, 4∼9㎞ 달리기, 해난구조 특수체조 등으로 기초 체력과 수영 능력을 길렀다. 3해리(약 5.5㎞) 맨몸 수영과 4해리(약 7.4㎞) 핀·마스크 착용 수영도 진행됐다.

7주 차부터는 매일 10㎞ 달리기와 함께 고무보트 운용훈련, 스쿠버 잠수 훈련을 이어갔고, 8∼11주 차에는 비상탈출, 개인 처치, 탐색 훈련과 60피트(약 18m) 잠수, 130피트(약 39m) 잠수 교육이 이뤄졌다.

기본과정을 마친 심해잠수사 중 장교와 부사관은 14주간 추가 교육을 받는다. 표면공급잠수(SSDS) 체계를 이용해 최대 91m까지 잠수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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