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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가자 덮친 '소아마비 비극'…이·하마스, 백신 맞추려 교전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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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다음달 1일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위해 일부 군사 작전을 일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 지역에서 소아마비 발병 사례가 확인된 건 25년 만이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소 수백 명이 소아마비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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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실향민 아기 압델-라흐만 아부엘-제디안이 가자지구 중부의 데이르 알발라에 있는 임시 텐트 캠프에서 잠을 자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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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마스, 백신 접종 맞춰 가자 내 교전 중단



29일(현지시간) WHO 팔레스타인 지구의 릭 피퍼콘 대표는 유엔 브리핑에서 가자지구 10세 이하 어린이 65만 명을 대상으로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진행하는 동안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투를 일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은 가자지구 중부에서 다음달 1일부터 사흘 간 진행된다. 이후 남부와 북부 지역에서도 사흘씩 접종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사흘 안에 충분한 어린이들이 접종받지 못할 경우, 지역별로 최대 1~2일 접종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맞춰 이스라엘군과 하마스는 접종이 이뤄지는 지역에선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 사이 교전을 중단한다. 소아마비는 최초 접종 후 4주가 지나면 2차 접종이 필요하다고 피퍼콘 대표는 전했다. 현재 1차 접종을 위한 소아마비 백신 126만회 분이 가자지구에 도착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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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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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일시적 전투 중단에 합의한 건 최근 가자지구 내 소아마비 확산을 우려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압박에 따른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주 이스라엘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백신 투약을 위해 교전을 중지하라고 압박한 바 있다. EU 역시 이스라엘을 상대로 백신 투약을 위한 작전 중지를 촉구해왔다.

앞서 가자지구 중부에선 지난 16일 백신을 맞지 않은 10개월 된 아기가 소아마비에 걸린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가자지구에서 소아마비 발병 사례가 확인된 건 25년 만이다. WHO는 가자지구 내에서 마비 증상을 보이는 아이가 두 명 더 있으며, 최소 수백 명이 증상 없이 소아마비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WHO는 개전 이후 이 지역 소아마비 백신 접종률이 80%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소아마비 발병을 멈추려면 접종률이 최소 90%를 넘어야 한다고 전했다. 소아마비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치료법이 없다. 다만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주로 5세 미만 어린이가 걸리지만 성인도 감염될 수 있다. 영구적인 근육 쇠약, 마비 증상을 겪을 수 있다.

WHO 동지중해 지역 소아마비 퇴치 담당 국장인 하미드 자파리 박사는 “백신 접종이 지연되면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이스라엘은 물론 레바논·시리아·이집트·요르단 등 인근 국가로 퍼질 수 있다”며 신속한 접종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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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중부의 다이르 알-발라흐에 있는 알-아크사 병원에서 의사의 진찰을 받는 팔레스타인 어린이.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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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軍, 가자·서안 폭격…"레바논 접경지, 전쟁 목표 포함"



이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연료와 의약품을 싣고 가던 미국 구호단체 근동난민구호(ANERA)의 구호 차량을 공격해 최소 5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다수의 무장 공격자들이 선두 차량을 장악했고, 정밀 타격을 시행해 탈취된 차량만 공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FT는 이날 사망자는 모두 ANERA의 물자 수송과 보안 업무를 하는 수송업체 직원이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일주일간 4차례나 구호단체 직원을 공격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은 이틀째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불도저를 투입하고 드론 공습을 퍼부어 시가전을 이어갔다. 이스라엘은 난민촌에 숨은 ‘테러 기반’을 제거하는 작전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최소 16명이며,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조직원 등도 포함됐다. PIJ는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란에서 자금‧무기‧훈련 지원을 받는 것으로 미국 당국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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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안지구 북부 투바스 근처에 위치한 파라 난민촌 내 모스크 건물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됐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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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지대에선 저강도 충돌이 이어지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는 자신들의 자살폭탄 드론이 이스라엘군의 210골란사단 사령부를 직접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신화통신은 전날 이스라엘군의 드론과 전폭기가 레바논 국경지대 소도시와 마을 4개를 9차례 공격해 주택 여러 채를 폭파했다고 레바논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 등 이스라엘군 수뇌부와 회의하면서 레바논 접경지 문제를 현재 전쟁 목표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민들의 안전한 귀환이라는 북부 전선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고, 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선 전쟁 목표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갈란트 장관의 발언에 대해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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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레바논 카프르 킬라 지역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연기가 치솟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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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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