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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국회의원, 엄마 [초선의원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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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남희 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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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딸 두 아이의 엄마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아이들이 엄마가 국회의원이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세심하고 마음이 여린 딸은 처음에는 엄마가 정치를 하는 것에 반대하며 "다른 사람들이 엄마 욕하는 게 싫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고, 예민한 나이의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여러 고민 끝에 결국 정치를 시작하게 됐는데, 선거운동 중에 딸의 편지를 받았다. 엄마가 정치하는 것을 반대했었지만, 엄마도 나의 꿈과 취미를 지지하고 응원해줬으니 나도 엄마의 길을 지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딸에게 고맙고 뭉클했다. 지금은 오히려 나에게 씩씩하게 잘하라고 격려해주고, 더 잘하라고 가끔 야단도 치는 딸이 든든하다.

아들은 처음부터 엄마가 정치를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찬성하는 입장이었는데, 엄마가 바빠지면 자신이 더 자유롭게 지낼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엄마 때문에 학기 중간에 전학을 가서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고, 신경 써주는 사람 없이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고맙기도 하고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가끔 사회적 이슈에 대해 토론하며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엄마가 많이 신경 써주지 않아도 자기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은 매우 감격스럽고 벅찬 일인 동시에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고 아이들을 챙기지 못하고 개인적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삶의 연속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쁜 하루하루 속에서 내가 정치를 하고 싶었던 이유를 생각한다. 내 아이만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내 아이, 우리 아이들 모두가 어떠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존엄하고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존엄한 삶을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꿈꾸며 공익 활동을 했고, 그러한 역할 때문에 국회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가 어린 시절 자랐던 동네에는 가정 환경이 어려운 친구들도 많았고, 가까이에서 가정폭력을 목격하는 일도 많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다가 같은 반 친구가 옥상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처음으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중에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런 경험을 통해 모든 아이는 소중하고, 아이가 어떤 환경에 있든 존엄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의 마음이 그 이후 내가 여러 결정을 내리고 결국 정치를 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정치인 엄마인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헌신적이거나 잘 챙겨주는 좋은 엄마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 더 많은 아이들의 존엄한 삶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내 아이들도 엄마의 역할을 이해하고 응원해 주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엄마가 될게. 많이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항상 고맙고 사랑해.
한국일보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경기광명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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