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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박용환의 페이드人] 이중근 부영 회장의 두 얼굴…"진정한 명예회복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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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기부 vs 회삿돈 4300억원 횡령
19대 노인회장 공약 "존경받는 노인으로…"


더팩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7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제19대 대한노인회장 선거에서 신임 회장으로 당선된 뒤 인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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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박용환 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제19대 대한노인회장에 당선됐다. 총 273표 중 187표를 획득,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김호일 후보는 66표를 받는데 그쳤다.

"책임이 무겁다. 우리 노인회가 노인다운 노인으로 존경받는 노인으로 후대를 생각하는 노인으로 열심히 살도록 하겠다." 그의 당선 소감이다.

19대 노인회장으로 당선됐지만 이 회장을 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고향 지인들에게 많게는 1억원씩 주는 등 그의 파격적인 잇단 기부와 함께 부영그룹이 직원 자녀 1인당 1억원씩 통 큰 지원을 결정하면서 사회적인 선한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럭저럭 이 회장은 2650억원을 사회에 기부했다고 한다. 부영그룹 차원에서는 1조18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지난 17대 노인회장을 맡았던 당시, 그는 전국 노인 회장들에게 매달 1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한 바 있다. 매월 대략 3억원 가까운 자금이 전국 노인 회장들에게 나갔던 셈이다. 19대 회장 선거 출마에 나선 그는 노인회원들에게 ‘구관이 명관’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19대 노인회장 선거 당일, 그 장소에 생뚱맞게 등장한 이들이 있다. 나라사랑엄마부대다. "이중근 회장 사퇴하라." ‘횡령·배임 혐의 징역 2년 6개월 실형, 경제사범 경력 이중근 회장 노인회장 자격 없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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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제19대 대한노인회장 선거가 27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가운데, '나라사랑엄마부대' 회원들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노인회장 출마를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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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왔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피켓의 문구는 사실이다. 지난 2017년 17대 노인회장으로 선출된 뒤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하고 2020년 8월 하차했던 이유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 복권됐지만 회삿돈 4300억원을 횡령했다는 판결문은 삭제되지 않았다. 섣불리 말할 수는 없지만 결국 그 돈으로부터 인심이 흘러나온 것인가라는 세간의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 설마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우리 시대는 꼰대만 가득하고 어른이 없다고들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 이유도 진정한 어른을 보고 싶다는 공감대가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존경받는 노인으로…" 이 회장의 당선 소감이 그래서 인상깊다.

노인 1000만명 시대의 노인회장은 국회의원을 앉혀 놓고 그의 사진에 따귀를 때릴 만큼 상당한 권력을 휘두르는 존재가 됐다. 노인회 내부에서는 권력 놀음보다 노인회에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회장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았다. 후보로 나선 3명은 모두 정치인이었고 유일하게 이 회장만 기업인이었다. 이 회장이 당선된 것은 이러한 이유도 한몫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회가 나아갈 방향은 분명있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젊은 이들이 노인회에 바라는 마음이 어쩌면 더 중요할지 모른다. 바로 사표를 상실한 시대에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길 소망하는 마음이다. ‘고령사회를 선도하는 존경받는 어르신 단체로 도약’이라는 이 회장의 공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횡령죄가 이 회장의 주홍글씨가 될 수 없다. 다만 그 부끄러움이 이 회장에게 존경받는 노인으로 나아가는 강력한 동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19대 노인회장으로서 우리 사회의 존경받는 노인으로 멋지게 명예회복을 하기를 저만치에서 지켜보며 조용히 응원해 본다.

sailingworld@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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