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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주간政談<상>] "질문이 많다"…이유 있는 윤 대통령 '에티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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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국민의힘 연찬회 불참…취임 후 처음
한국행 탈북자 15명, 中 공안 체포 소식 전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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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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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소통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두 번째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약 130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면서도 "쉬운 길은 가지 않겠다"며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아울러 의료대란 등 정국을 달구는 여러 현안에 관한 의견도 냈다. "당정 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던 윤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 지도부 출범 이후 첫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은 잠시 휴지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한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음 달 1일 대표 회담을 연다. 두 대표는 쟁점 현안인 금융투자소득세를 포함한 각종 세제 문제, 해병대원 특검법과 민생회복 특별법(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은 물론 추석 관련 민생, 저출생 문제와 미래 성장 동력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을 주고받을 계획이다. 다만 여야는 의제에 관한 실무 협의 과정에서 의료대란을 포함할지를 두고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조국혁신당은 29~30일 각각 연찬회와 워크숍을 진행,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전략을 논의하고 단합하는 시간을 보냈다. 혁신당 조국 대표와 신장식 의원은 10·16 재·보궐선거 전략 일환으로 호남 지역에서 '월세살이'하며 표밭갈이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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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임 후 세 번째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날 130여 분간 주제 제한 없이 즉석에서 질의응답을 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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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과 만나 '펜'을 안 든 尹대통령, 기억력 자신감?

-윤 대통령이 29일 소통에 나섰어. 취임 후 세 번째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130여 분간 주제 제한 없이 '펜 기자'로도 불리는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어. 물론 의료대란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설,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한 예상됐던 질문이 나왔고. 그런데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고?

-윤 대통령이 답변하는 과정에서 지난 정부를 끌어온 점이 눈길을 끌더라. "지난 정부 5년 동안 탈원전으로 해서 생태계가 거의 고사 일보 직전까지 갔지만 그래도 (정부가) 어렵게 살려내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거의 100%에 가까운 90대 후반이었고, 우리 정부에서는 90대 초반으로 가계부채의 GDP 대비 비율을 관리하고 있다", "집값이 지난 정부 때처럼 올라가는 것은 저희는 공급과 수요 정책을 통해 과열 분위기를 잡겠다"라는 답변이 대표적인 대목이야. 지난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는 한편 비교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과를 부각한 것으로 보여.

-또 다른 눈길을 끄는 모습은 없었어?

-실제 현장에서 지켜본 윤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을 메모하지 않더라. 사회자의 지명을 받은 기자들이 한꺼번에 두세 개 질문하는데도 내용을 필기하진 않고 경청만 하더라고. 윤 대통령은 "질문이 많아서 답변하다가 빠뜨릴 수도 있겠다", "질문이 굉장히 많다", "질문을 세 개쯤 하니까 갑자기 뒤의 것만 생각난다"라며 멋쩍게 웃기도 했어. 심지어 뉴라이트 인사 관련한 물음에 답변하다가 "마지막(질문)이 뭐였더라"라며 사회를 맡은 정혜전 대변인에게 묻기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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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1월 청와대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중 취재진의 질문을 필기하는 모습. 사진 오른쪽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들으며 메모하는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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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와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도 그랬을지 궁금하더라고. 확인차 영상으로 살펴봤는데 윤 대통령이 펜을 잡은 모습은 안 보이더라. 다만 카메라에 잡히지 않을 때 필기했을 수도 있기에 참고만 하는 수준에서 그쳐야 할 거야. 또, 윤 대통령이 시민들과 토론회를 했을 때는 메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 덧붙여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 할 때 메모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 있어. 혹자는 메모하는 게 중요하냐, 물을 수 있다고 봐. 하지만 대통령이 질문을 기억에만 의존한다면 생중계로 지켜보는 국민에게 소상히 답변하기 어렵지 않을까.

-정치권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을 두고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 대통령이 직접 소통에 나선 점과 4대(연금·의료·교육·노동)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국민에게 확신을 주는 메시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더라고. 동시에 윤 대통령이 민감한 현안 질문에 대한 답은 피하면서 자화자찬했다는 혹평도 있어. 국민의 평가도 엇갈리지 않을까. 앞으로도 윤 대통령이 언론을 통한 국민과 자주 소통했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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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표(앞줄 왼쪽 네번째)와 추경호 원내대표(앞줄 왼쪽 다섯번째)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29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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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처음 與 연찬회 불참한 尹…韓은 정부 보고 패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29~30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연찬회를 열었잖아. 이 자리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더라고.

-이번 연찬회는 한동훈 대표 체제가 갖춰진 이후 처음 열렸어. 당정이 국정 핵심 현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에 윤 대통령은 없었어. 여당 연찬회에 불참한 건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야.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2년부터 2년 연속 연찬회에 참석했었지.

-윤 대통령이 불참한 이유는 뭘까.

-윤 대통령은 추석을 앞두고 민생 등 현안과 관련해 참모들과 논의할 자리가 많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야.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의정 갈등 해법을 두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의견이 충돌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당정 갈등으로 번졌다는 분석이 우세해. 한 대표는 앞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을 제시했지만 정부와 대통령실이 거부했어. 그러니까 한 대표의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거야.

-당정 간 갈등으로 비칠 만한 장면은 또 있어. 연찬회 일정 중에 정부 인사가 의료개혁을 의원들에게 보고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한 대표는 외부 비공개 일정을 이유로 이 자리에 불참했고, 보고와 질의응답이 끝난 이후에 다시 연찬회로 복귀했지. 한 대표는 '정부 보고에 왜 참석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 질의에 "국민 건강과 생명이 관련된 사안에서 당정 갈등 프레임은 사치스럽고 게으른 것"이라고 답했어. 또 "누가 옳으냐 보다 무엇이 옳으냐에 집중해달라"며 "국민 불안감을 해소할 중재와 타협책이 필요하다"고 말한 만큼 당정 사이 어떤 협의가 얼마만큼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덧붙이자면, 술을 못 마시는 한 대표는 기자단 저녁 자리에 참석해 제로콜라를 마시며 소통하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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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을 꿈꾸던 탈북자 15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관계 당국과 협조하고 있다고 밝혀 해당 사안은 사실에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중국 단둥 압록강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일대 수해 현장. /독자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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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15명 강제 북송 위기...中, 이번에도 눈 감을까

-한국행 탈북자 15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있었다며?

-맞아. 중국과 동남아 접경지역인 쿤밍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하는데, 제3국을 경유하려던 탈북민 15명이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고 해. 지난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인권단체 겨레얼통일연대로부터 이같은 주장을 전해 들어 보도했더라고. 안타까운 건 탈북민들이 여성 13명과 어린이 2명으로 구성된 데다, 중국 현지로 강제 이송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야.

-우리 정부에서는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서고 있다고?

-응. 우선 보도 내용은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여.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된 질의에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민간 단체와 계속 소통하고 있으며 관계 당국과도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거든. 다만 중국 측과 소통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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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 한중 외교장관 회담 등을 통해 탈북민 강제 북송과 관련한 중국 측 협조를 촉구한 바 있다. 사진은 북한 판문각에서 포착된 북한 군인들의 모습. /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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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은 강을 건너려다 매복해 있던 중국 공안에게 체포됐다고 해. 이들이 한국행을 시도했던 쿤밍 지역은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다 보면 중국을 비롯한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 4개국이 국경을 접하고 있어. 이같은 지리적 요건 때문에 '탈북 루트'로 여러 차례 알려진 곳이야. 실제로 지난 2014년에는 탈북자 11명이 쿤밍 지역을 지나 라오스 국경을 넘으려다 중국 부대에 붙잡혔다는 보도가 있기도 했지.

-한국행이 좌절된 탈북민들은 강제 북송될까?

-아무래도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수순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지배적이야. 대신 우리 정부에서 그간 중국 측에 탈북민 보호를 지속적으로 요청한 만큼 어느 정도는 기대를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야.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어. 이어 정부는 같은 달 열린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탈북민 문제에 대한 중국 측 협조를 촉구한 바 있지. 이번에는 중국이 눈 감지 말고 탈북민들에 대한 전향적 조치를 검토해 줬으면 좋겠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하>편에 계속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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