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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친윤도 “의정갈등 정부 대응에 불안”… 與 연찬회서 의료 공백 우려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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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에

“의사를 적으로 보느냐” 반발 나와

韓 “상황 심각, 돌다리 더 두드려야”

대통령실 “韓 돌출행동 때문” 불만

29일 진행된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이 정부의 의정 갈등 문제 대응에 우려를 표출했다. 친윤 핵심인 윤한홍 의원은 “현장에 불안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고, 권성동 의원은 대통령실·정부 측 인사에게 “결사항전 중인 전공의를 복귀시킬 복안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날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진료 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추석 응급의료 공백 위기설이 커지는 상황에서 친윤 의원들까지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 등은 연찬회에서 여당 의원들에게 ‘의료개혁’ 관련 보고를 했다. 하루 뒤인 30일 복수의 여당 관계자에 따르면 윤 의원은 비공개 토론에서 응급 의료 상황과 관련해 “개혁은 너무 어려운 게 맞다”면서도 “보고를 받아 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의료 현장은 어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권 의원도 “지역구 의원 입장에선 지역 의사 공급이 부족한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정치는 현실인데,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라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장관과 수석 설명을 들어 보면 전공의, 의대생을 돌아오게 할 복안이 없었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6개월만 버티면 우리가 이긴다. 그러니까 힘을 합쳐서 이기자”고 답했다가 질타를 당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의사를 적(敵)으로 상정하면 어떡하냐’는 반발이 나왔다”며 “이 부총리가 한바탕 혼난 뒤 ‘죄송하다. 그 표현은 그 뜻으로 쓴 게 아니다’라고 사과했다”고 전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심각한 상황이 맞다는 게 제 판단”이라며 “국민 건강과 생명은 절대적 가치이기 때문에 돌다리를 더 두드려 보며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대안 요구를 이어 갔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 상황은 당정 갈등이 아닌 한 대표의 돌출 행동 때문에 빚어진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은 소통 창구가 열려 있는데, 한 대표는 자신의 의견을 100% 받아들여야 한다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윤도 “의료공백 민심 불안” “의료계 저항 예상 못했나” 불만

연찬회서 계파 불문 정부 대응 성토
친한선 “2000명 증원 고집이 문제”
대통령실 “증원, 물러서지 않을 것”
권성동 “당정 따로 안돼” 한동훈 비판


동아일보

결의문 낭독하는 與 의원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당 의원들과 함께 30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 둘째 날 행사에 참석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당 연찬회에 불참한 것 등과 관련해 ‘당정 간 감정싸움 아니냐’란 지적에 “나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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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의원은 늘 지역 주민을 만난다. 민심은 ‘불안하다. 빨리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한다.”

윤석열 정부의 의정 갈등 대응에 대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까지 우려를 표명하는 상황에 대해 영남 지역의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추석 연휴까지 다가오는 만큼 “응급 사고를 당하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느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한 친윤 의원도 “추석이 코앞인데 뭐라도 주민들을 안심시킬 메시지를 내야 하는 상황은 맞다”고 했다. 전날 윤 대통령은 추석 응급의료 공백 위기설에 “의대 증원을 완강히 거부하는 분들의 주장”이라고 일축했지만 민심의 반응은 다르다는 의미다.

● 의원들 “저항 예상 못 했나” “최악 상황 대비해야”

전날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선 정부의 ‘의료 개혁’ 관련 비공개 토론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친윤 핵심 권성동, 윤한홍 의원을 포함해 의원 10여 명이 ‘의료 공백 장기화’, ‘전공의 복귀 문제’ 등을 두고 집중 질의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 등이 1시간가량 발표를 했지만 이후 비공개 토론만 1시간 10분가량 더 이어진 것. 당시 참석했던 한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정부가 ‘승리’ 운운하며 강 대 강으로 계속 몰아갔다”며 “‘대국민 의사 욕하기 캠페인’이라도 벌이자는 거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날 권 의원은 “전공의가 봉쇄 작전을 펼치는 데 해법 있나”라는 취지로 말했고, 윤 의원은 “의료 개혁에 성공하면 역사에 이름 남겠지만 방법이나 절차에는 신경 써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 4선인 조배숙 의원은 “의대 증원 문제로 의료계 저항이 만만치 않다. 사전에 치밀한 전략과 준비가 있었나. 이런 것 예상 못 했나”라고 지적했다. 초선 유영하 의원도 “응급실 뺑뺑이로 단 한 명이라도 사망하면 정부는 어떡할 거냐.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한(친한동훈)계는 보다 강도 높게 정부에 불만을 표출했다. 고동진 의원은 “정부가 정책은 이겼지만 정치는 실패했다”며 “의사 소집단이라도 만나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책 취지를 떠나 의사 집단 등을 설득하는 과정 등에서 정부의 잘못을 분명하게 지적한 것. 고 의원은 “증원 2000명 고집이 문제”라며 “데이터를 오픈하라”고도 했다. 6선의 조경태 의원은 이 부총리의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는 발언과 관련해 “지금 전쟁하나. 의료인을 보는 정부의 시각이 잘못됐다”고 했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계파 구분 없이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한 대표가 제안한 ‘2026학년 의대 정원 증원 보류’ 중재안을 정부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직접적인 발언은 전날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여당 내 우려에도 의대 정원 증원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인내하고 견디면서 의료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 국민을 위한 정책이었다는 게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대 증원 문제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이기에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친윤 “당정 따로 안 돼”… 韓 “민심 반영해야”

다만 친윤계에선 정부의 의정 갈등 대응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동시에 ‘투트랙’으로 한동훈 대표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권 의원은 이날 동료 의원 대상 강의에서 “대통령 따로 가고, 당 따로 가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예가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또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권력이 더 강하다”며 “설득을 해야지, 그냥 말 한마디로 툭툭 던진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진 의원도 “한 대표가 ‘자기 정치’만 한다. 본인 인기만 신경 쓰고 공을 자신이 다 가져가려 하면 정부에서 대안을 더 받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권 의원 발언에 대해 “중요한 이슈에 대해 특히 민심이 다른 내용들이 많을 경우에는 그걸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집권 여당 대표의 임무”라며 “그러라고 전당대회 때 63%가 저를 지지해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연찬회 불참과 관련해 ‘당정 간 감정싸움이 아니냐’는 지적엔 “나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만 했다. 또 윤 대통령과 만날 계획에 대해선 “따로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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