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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이슈 이태원 참사

“나라 구하다 죽었냐”… 이태원 참사 막말 김미나, 630일 추적기 [강승우의 뒤끝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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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은 우리 동네에서 이슈가 됐던 기사를 다시 까발리고 들춰내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 드리고 관심을 재조명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취재 뒷이야기, 기사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 앞으로 취재 계획 등을 딱딱하지 않게 써보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제보는 언제든 대환영입니다. [편집자주]

세계일보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항소심 재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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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신분 깜빡해 SNS에 막말 올렸다던 김미나 창원시의원

2022년 12월 어느 날이었을 겁니다. 제가 이 관련 처음 제보를 받았던 게 말이죠.

제보 내용은 김미나 경남 창원시의원이 150여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 관련해 희생자와 유가족 등을 폄훼하는 발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022년 12월이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무렵입니다.

일반인이라도 조심해야 할 것인데, 하물며 선출직 공직자로서 공인(公人)이라고 할 수 있는 시의원이 그런 막말을 한다? 우선 참인지 거짓인지 사실관계부터 확인해야 했습니다.

먼저 이실직고를 하자면 저는 SNS를 하지 않아서 주변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SNS에 ‘진짜’ 이런 글이 있냐고 확인을 부탁했습니다.

몇 번 클릭을 하더니 어렵지 않게 김미나 시의원이 올린 “시체팔이 족속들”, “나라 구하다 죽었냐”는 등 논란의 글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미나 시의원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본인이 올린 게 맞는지” “왜 올렸는지” 등을 말이죠.

그는 저에게 본인이 올린 글들이 맞고, 이태원 참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일침을 놓기 위해 올린 것이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뉴스를 보다가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을 때 글을 올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의원인 걸 깜빡했다”는 희대의 해명을 합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한마디가 기사의 명분이 된 것 같습니다.

보도 이후 반향은 실로 엄청났습니다. 아마 대한민국에 있는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이 이슈를 다뤘을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김미나 시의원은 취재가 시작된 후 자신의 SNS에 올린 글들을 삭제하고 결국에는 SNS 계정을 폐쇄했습니다.

저는 삭제하기 전 그 글들을 캡처했었고, 공유를 부탁하는 언론사에 제공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애 국민의힘 김해시의원은 “미나 의원 힘내요. 파이팅! 유족 외엔 사과하지 말기…”라고 SNS에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글을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불똥은 ‘국민의힘’에게도 튀었습니다. 김미나 시의원에 대한 자질 논란이 일면서 공천 책임론까지 불거지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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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 창원시의원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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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식구 감싼 ‘국민의힘’, 제명 부결하고 출석정지 결정

김미나 시의원 막말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창원시의회는 그를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했습니다. 징계를 논하기 위해서 말이죠.

윤리특위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의견을 고려해 의원직을 박탈하는 ‘제명’ 징계보고서를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 결과 찬성 20명, 반대 20명, 기권 1명, 무효 3명이 나오면서 김미나 시의원의 제명 안건은 부결됩니다.

창원시의회는 국민의힘 27명, 더불어민주당 18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명 건이 통과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했던 겁니다.

결국 국민의힘 동료의원들이 김미나 시의원을 감싼 덕분에 ‘30일 출석정지’에 그치면서 그는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죠.

30일 출석정지는 징계로써 실효성도 불분명한 데다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절규를 무시했다는 지적에 국민의힘은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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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했지만 과연 진정성 있었는지 의문 제기돼

사실 막말에 대한 김미나 시의원의 사과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쉬이 파문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아마도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 때문일 것입니다.

첫 보도 후 파장이 커지자 다음날 김미나 시의원은 본회의 마지막 차례에 나와 “공인임에도 부적절한 글을 올려 큰 상처를 입은 시민과 유가족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깊이 반성하겠다”며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사과하기 직전까지 SNS에 “참나…개인 SNS 글이 이렇게 파장이 클 일인가?”라는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과연 진심에서 우러난 사과가 정말 맞는지 의문이 제기되면서 말입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화물연대는 김미나 시의원을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했습니다.

지난해 9월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3단독은 김미나 시의원에게 징역 3개월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가 검찰의 벌금형 구형보다는 양형이 높은 징역형을 선택했지만 선고를 유예함으로써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1심 재판부가 이 같은 판결을 내린 이유에는 김미나 시의원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1심 판결 전후로 수백명이 있는 단체방에 야당 인사를 비하하는 김미나 시의원의 글들이 올라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과의 진정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게 됩니다.

이에 김미나 시의원은 “지인과의 대화 내용을 복사해서 붙여 넣었을 뿐 직접 쓴 글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한번 성이 난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누구에게 한 사과인가 묻자 “주체가 필요한가요?”

그리고 지난 8월 검찰의 항소로 김미나 시의원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처음 열렸습니다. 1심 선고 후 거의 1년 만이었습니다.

최종의견에서 검사는 “피고인(김미나 시의원)은 범행 이후 수사 단계는 물론 1심과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적이 없고, 형식적인 사과를 하는데 그쳤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들은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재판 및 징계 절차에서 사실상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피고인으로 인해 한 번 더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면서 “피고인의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이에 김미나 시의원과 그의 변호인은 “많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 앞으로도 언행을 조심해서 하겠다. 죄송하다”며 최후진술 했습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오는 김미나 시의원에게 기자들이 “누구에게 사과한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주체가 필요한가요?”라며 되묻고는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재판부에게는 닿았던 그의 진심 어린 사과가 과연 유가족을 포함한 국민들에게도 닿았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첫 보도 후 630일이 지났습니다.

김미나 시의원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지금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이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미나 시의원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10월16일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선고를 내릴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입니다.

창원=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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