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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한동훈 “검사탄핵, 이재명 판결불복 빌드업”… 李 “전 정부 수사로 실정 덮지 못해” [한동훈·이재명대표 첫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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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여야 대표회담 스케치

韓·李 “정치회복” 공감 속 신경전

102분 비공개 회동 후 40분 독대

韓 정례화 제안에 李 “수시로 보자”

李, 모두 발언에서 ‘계엄령’ 언급에

대통령실 “말도 안 되는 정치공세”

1일 오후 1시 56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3층 오픈 홀. 남색 넥타이를 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재킷에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 당시 달았던 태극기 배지를 착용했다. 4분 뒤 붉은색 넥타이를 맨 한동훈 대표가 이 대표에게 다가왔다. 11년 만의 여야 대표회담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세계일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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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모두발언에서 서로를 치켜세우면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10분씩 하기로 했던 당초 합의와 달리 19분 동안 발언을 이어가며 정부·여당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대표는 원고 없이 미리 준비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즉석 발언을 했다. 한 대표는 준비한 원고를 13분가량 읽어내려갔다.

한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와의 공통분모를 강조하며 협치 분위기를 냈다. 한 대표는 이 대표에게 “이제 우리의 정치로 국민의 문제를 해결해 보자”라며 에너지 문제 등을 두고 “주목할 만한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 대표가 정부의 의료개혁에 우려를 표명하며 한 발언들을 높이 평가했다. 이 대표는 “국민들의 선택의 무게를 잘 이해하시고 존중하는 말씀”이라며 “정말 옳은 태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다. 한 대표는 민주당이 검사 탄핵을 추진한 데 대해 “곧 예정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며 “재판 불복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무죄를 확신하고 계시는 듯하니 더욱 그렇다”고 사법리스크를 거론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메모를 멈추고 숨을 들이쉬었다. 이 대표는 “최근에 독도, 교과서 문제, 일제 침략에 관한 문제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이것은 국가를 부정하는 그야말로 윤 대통령이 자주 말하는 반국가적 주장”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걸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 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애초 의제에 없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이런 것들이 결코 실정이나 또는 정치의 실패를 덮지는 못한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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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쪽)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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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장으로 이동한 후에도 묘한 신경전이 계속됐다. 이 대표는 마주 앉을 테이블이 넓다는 식으로 손짓하며 “이거 화 나도 멱살도 못 잡겠네”라고 했다.양당의 정책위의장과 수석대변인이 배석한 비공개 회동은 102분 동안 진행됐고, 합의문을 정리하는 동안 한 대표와 이 대표의 독대가 40분간 이뤄졌다. 한 대표는 이 대표에게 회담 정례화를 제안했고, 이 대표는 “수시로 만나서 속내를 터놓고 대화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대표가 의제를 갖고 하는 공식 회담은 2013년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 이후 11년 만이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주장한 ‘계엄령 계획설’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정치 공세”라며 “설사 하더라도 국회에 통보해야 되고, 국회 과반수 동의로 해제된다”고 반박했다.

김병관·최우석·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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