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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개통한 지 2년 밖에 안됐는데...’.1100억원대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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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의견 수렴 위한 주민공청회 개최

내년부터 '삼풍~호텔PJ' 먼저 철거 공사

헤럴드경제

세운상가 옥상. [정광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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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시가 1100억원대 예산을 들여 만든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철거한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종로구 세운지구 상가 일대 공중보행로를 철거하기로 하고 이달 중 주민 공청회를 연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부터 철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공중보행로 총 1㎞ 구간 가운데 삼풍상가~호텔PJ 사이 보행교(250m)가 우선 철거 대상이다. 나머지 750m 구간은 보행로가 상가 건물에 조성돼 있어 바로 철거하기 어려워 향후 세운상가를 허물 때 함께 철거할 계획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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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 4월 21일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세운5구역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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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종묘→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삼풍상가·PJ호텔→인현·진양상가까지 7개 건물을 잇는 길이 1㎞의 공중 보행교다.

박원순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인 도시 재생 사업 중 하나다. 시는 세운상가, 삼풍상가 등 남북으로 길게 들어선 7개 상가의 3층을 연결했다. 예산 1109억원을 들여 2016년 착공해 2022년 개통했다.

앞서 오세훈 시장은 재임 1기 시절인 2006년 낡은 세운상가를 전면 철거하고 공원을 꾸미는 '세운 녹지축 조성 사업'을 계획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이 취임한 뒤 세운상가가 지닌 역사성을 보존하자는 명분으로 존치를 결정하고, 2014년 철거 계획을 백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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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 4월 21일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세운5구역 현장을 찾아 재정비촉진사업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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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는 1967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상가다. 1972년까지 세운, 현대, 청계, 대림, 삼풍, 풍전, 신성, 진양 상가가 잇따라 건립됐다. 용산전자상가가 생기기전 1970, 80년대에는 전자, 전기의 메카로 불리웠다.

세운상가는 유명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했다. 김수근이 설계할 당시에는 종로3가에서 퇴계로3가까지의 건물들을 공중 보행 데크로 연결하는 입체형 건물을 구상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건축가의 꿈은 2014년 세운~대림 상가까지 공중보행교 '다시세운 보행교'가 들어서면서 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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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보고서 중 일부. 서울시 제출 자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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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행로는 2022년 7월 개통 당시 1층 상가 주와 3층 상가 주들이 찬반 입장 차이를 보이며 논란이 됐다. 상권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손님들이 공중보행로로 건물 이동만 할 것이므로 1층 상가주 입장에선 외려 영업에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보궐에서 당선된 이후 오 시장은 2021년 11월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 출석해 "세운지구를 보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서 종로, 청계천, 을지를 보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정말 참혹하다"라며 10여년 전 세운 녹지계획이 무산된 데 따른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공사 중이던 공중보행로에 대해서도 "이미 공사가 70% 이상 진행돼 차마 중단시키진 못했지만, 그것이 완성되면 도심 발전을 막는 또 하나의 '대못'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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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보고서 중 일부. 서울시 제출 자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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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개통한 지 2년 여 밖에 지나지 않은 공중보행로를 철거하기로 한 건 이용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 8월 “1109억원을 들이고도 당초 사업 목적인 보행량 증대를 통한 세운상가 재생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추진 당시 서울시는 공중보행로 설치 시 매년 10만5440명이 지나다닐 것으로 예측했으나 개통 이후 실제 보행자 수는 그 11% 수준인 1만1731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 보고서에서 모니터링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이뤄졌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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