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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가계 한달 여윳돈 100만원선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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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라지는 소비 위축 ◆

가계 여윳돈이 8개 분기 연속 줄었다. '역대 최장 감소' 기록이다. 실질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인데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와 고물가 영향으로 풀이된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소비도 줄었다. 소매판매 감소가 역대 최장기간 이어질 정도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 흑자액(전국·1인 이상·실질)은 월평균 100만9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8000원(1.7%) 감소했다. 가구 흑자액은 가계소득에서 각종 의식주 비용(소비지출)과 이자비용이나 세금(비소비지출)을 모두 뺀 금액이다. 일종의 여윳돈이다.

2분기 기준으로 월평균 가구 흑자액을 보면 2022년만 해도 123만1000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2만7000원으로 줄더니 이번에는 100만원까지 위협할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가계 흑자액이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 연속 감소하면서다. 2006년 1인 가구 포함 가계동향을 처음 발표한 이후 역대 가장 긴 기간 동안 줄었다.

흑자액이 장기간 감소세를 이어온 것은 실질소득이 줄어든 탓이다. 최근 2년 중 4개 분기 동안 가구 실질소득은 전년보다 감소했다. 감소폭도 최대 3.9%에 달했다.

살림이 어려워진 가계는 소비를 줄였다.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는 올해 7월 101.9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2.3% 감소했다.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지수는 기존 소매판매지수에 음식점업 서비스를 포함해 산출한 수치로, 실질적인 소비 동향을 보여준다. 이 지수가 지난해 4월부터 16개월 연속 줄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래 역대 최장기간이다. 실제로 주요 대형마트에선 올해 3분기 매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가 저가 상품 위주로 쇼핑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A대형마트 관계자는 "3분기 들어 방문 고객 수는 늘었는데 전체적으로 매출은 떨어졌다"며 "객단가가 낮아졌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올해 추석 선물세트 사전 판매도 5만원 미만의 저가 상품 위주로 이뤄졌다. B대형마트 관계자는 "전체 판매량은 늘었는데 사전 판매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저가 상품 위주로 판매가 이뤄지며 매출 증가폭이 작았던 것"이라고 전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질소득이 아직 정상 궤도로 돌아오지 못한 상황"이라며 "최근 수출이 회복되고 있지만 내수를 향한 낙수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희조 기자 / 박창영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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