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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서울 그린벨트 해제로 주택 공급 속도 높인다지만 입법 지연, 공사비 상승… 난제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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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가 8월 8일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른바 8·8 대책이다. 목표는 앞으로 6년 동안 수도권에 총 42만7000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신규 택지를 발굴해 21만 가구를 풀고, 이미 계획된 착공 물량 21만7000 가구를 조기에 공급하는 구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정책은 4가지로 요약된다. ▲서울·수도권 신규택지 발표 ▲수도권 공공택지 신속 공급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도심 아파트 공급 확대 등이다.

그린벨트 풀어 1만 가구 이상 공급
매일경제

서울 그린벨트 지역 중 하나인 서초구 내곡동의 한 마을에 개발제한구역 안내문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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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건 단연 ‘신규 택지’가 어디일지다. 수도권에 새로운 택지지구를 만든다고 해도 서울이나 서울 근교가 아니면 공급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한 듯 정부는 이번에 아예 서울 그린벨트를 풀겠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2년 이후 12년 만에 다시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낸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그린벨트를 풀어 수도권에 신규 택지 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한 차례 밝힌 바 있다. 7개월이 지난 이번에는 공급 목표를 8만 가구로 4배나 늘렸다. 아울러 서울도 그린벨트 해제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올해 11월에 5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우선 공개한다. 이 중 1만 가구 이상을 서울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할 계획이다.

관건은 서울 어느 지역의 그린벨트를 풀 것인가다. 서울 그린벨트는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2009년~2012년 해제한 이후 12년 동안 대규모로 풀린 적이 없다. 당시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일대 그린벨트 약 5㎢가 해제됐다.

현재 서울 그린벨트 면적은 149㎢다. 서울 전체 면적의 약 25%를 차지한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초구(23.9㎢), 강서구(18.9㎢), 노원구(15.9㎢), 은평구(15.21㎢) 순이다. 다만 강북권 그린벨트는 대부분 산에 설정돼 있어 택지로 개발하기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남권 그린벨트를 위주로 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도 “구체적으로 어디라고 말할 순 없지만 선호 지역이 상당 부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훼손이 어느 정도 진행돼 보존 가치가 떨어지는 곳들이 해제될 것”이라며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자곡·수서동, 송파구 방이동 등이 검토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8·8 대책이 나온 당일 국토부가 관보에 송파구 방이·오금·마천동과 경기 하남시 감일·감북·초이·감이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공고를 내기도 했다. 정부가 투기를 막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하겠다고 밝힌 후 첫 번째로 묶인 사례라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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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수도권 신규 공급 물량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다. 그린벨트를 풀어 ‘로또 분양’을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 대신 정부는 신혼·출생·다자녀가구를 위한 분양·임대주택이 다수 공급되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들어설 주택 상당수를 ‘장기전세주택Ⅱ’ 유형으로 공급한다. 장기전세주택Ⅱ는 신혼부부와 자녀 출생 가구가 최장 20년 거주하고 두 자녀 이상을 출산할 경우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을 기회를 주는 주택이다.

문제는 공급 속도다. 그린벨트 해제와 후보지 지정부터 토지 보상, 주택 착공과 분양을 거치면 실제 입주까지 아무리 빨라도 7년 정도 걸린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신규 택지 확보와 그린벨트 해제는 중장기 대책”이라며 “당장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강남권이 일부 그린벨트를 풀어 송파구 헬리오시티 1~2개 규모 아파트를 짓는다고 서울 집값이 안정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준공 후 미분양 LH가 매입
기존에 발표된 수도권 공공택지의 착공과 분양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마련했다. 수도권 공공택지에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하는 걸 원천 차단하는 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성한 택지에 22조원 규모의 ‘미분양 매입확약’을 제공해 주택 조기 착공을 유도한다.

적용 대상은 수도권 3만 6000가구다. 내년까지 민간 건설사가 실제 착공해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하면 LH가 모두 사들인다. 2026년 이후 착공분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내년에 재검토하기로 했다. 매입가격은 매입확약률 등에 따라 조정되며 LH는 이 물량을 무주택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에게 6년 임대 후 분양 전환 형태로 지원할 예정이다.

후분양을 조건으로 공급된 공공택지 가운데 아직 본청약이 이뤄지지 않은 곳엔 선분양을 허용한다. 2018~2020년 후분양 조건부로 공급한 1만 7700가구 가운데 본청약 실시 전인 4500가구에 적용된다. 공공택지 이용 효율성을 높여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3기 신도시와 수도권 택지에서 유보지 등을 더 확보하는 방식으로 2만 가구를 추가 발굴할 예정이다.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광명시흥 지구(6만 6000가구)엔 신도시 최초로 공공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자금을 투입한다. 올 하반기 지구계획 최초 승인을 얻으면 리츠 자금이 들어갈 수 있도록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을 추진한다. 이후 신속한 토지 보상과 지구 착공을 실행한다. 2022년 이후 발표한 수도권 공공택지 후보지 5곳(14만 5000가구)도 지난 7월 김포한강2 지구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지구 지정을 완료하기로 했다.

서울 빌라·오피스텔 무제한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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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빌라로 대표되는 소형 비아파트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최근 위축된 비아파트 수요·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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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대책에는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방안 역시 담겼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비아파트 시장이 무너진 영향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토부는 이에 내년까지 매입임대주택(15만가구)과 전세임대(1만가구)를 총 16만 가구 공급한다. 애초 목표치(12만 가구)보다 4만 가구를 늘렸다.

매입임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빌라와 오피스텔 등을 사들여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총 15만 가구 중 11만 가구는 신축을 매입한다. 진 차관은 “특히 서울은 비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LH가 신축을 무제한으로 매입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서울의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2000가구 뿐이란 점을 고려한 것이다.

신축 매입 11만 가구 중 5만 가구 이상은 ‘분양전환형’으로 공급한다. 새롭게 나온 정책이다. 최소 6년부터 최장 10년간 저렴하게 임대로 준 뒤 임차인에게 해당 주택을 우선 매각하게 된다. 분양을 전제로 하는 만큼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를 포함해 전용 60~85㎡ 중형 평형 위주로 매입한다.

다만 LH가 올해 상반기까지 사들인 매입임대주택은 1576가구뿐이다. 내년까지 15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 현실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이에 매입임대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LH에 수도권 신축 매입 총괄 전담조직도 신설하겠다는 입장이다.

비아파트 수요 확대를 위한 세제·청약 지원도 나왔다. 신축 소형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기간을 2027년 12월 까지 확대한다. 이미 지어진 기축 소형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등록임대주택’으로 등록할 때에만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배제한다. 1가구만으로도 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6년 단기 등록임대를 활용할 수 있다.

청약할 때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비아파트 범위도 넓힌다. 앞으로 면적 85㎡ 이하, 수도권 5억원(공시가 기준)·지방 3억원 이하 비아파트 집주인은 무주택자로 청약할 수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건축면적 제한도 60㎡ 이하에서 85㎡ 이하로 풀었다.

빌라 등을 짓는 건설사업자가 신축 목적으로 멸실을 위한 주택을 구입할 때는 취득세 중과가 아닌 일반세율을 적용한다. 국토부는 주택 공급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도 확대한다. PF 보증 공급 규모는 당초 계획에서 5조 원 늘린 35조 원을 지원한다.

재건축·재개발 절차 간소화
집값 상승세를 이끄는 서울 도심에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정비사업을 적극 지원한다. 올해 초 발표한 1·10 대책에서 안전진단을 완화하는 식으로 정비사업 문턱을 크게 낮췄지만 이 정도로는 꽉 막힌 재건축·재개발을 뚫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먼저 정비사업 절차를 대폭 줄이고자 했다. 아예 재건축·재개발촉진법(가칭)을 새로 제정할 방침이다. ‘기본계획 수립→정비계획 수립→조합 설립→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착공·준공’으로 이어지는 현행 절차를 간소화하는 게 골자다. 기본계획과 정비계획,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동시에 수립하도록 허용한다.

국토부는 앞서 1·10 대책의 안전진단 시기를 조정하는 패스트트랙 도입과 이번 촉진법 시행으로 재건축 사업 일정이 각각 3년, 모두 6년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했다.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기 위한 동의율 요건도 기존 주민 75% 이상에서 70%이상으로 완화된다. 동별 동의 요건은 2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낮춘다.

사업성을 높이는 정책도 포함됐다. 역세권 정비사업지는 3년 동안 한시적으로 법적 상한의 최대 1.3배까지 용적률을 높일 수 있다. 역세권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면 최대 390%까지 용적률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규제지역인 강남3구와 용산구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용적률 혜택을 노려 사업을 되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대책 발표일 전에 사업계획인가를 신청한 곳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유연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공급 의무 비율도 폐지한다. 현재 과밀억제권역의 재건축 사업은 전용 85㎡ 이하를 건축 가구 수의 60% 이상, 재개발 사업은 80% 이상 건설하게 돼 있다. 주상복합을 재건축할 때는 아파트와 업무, 문화 등 다양한 시설이 함께 설치될 수 있도록 건축물 용도 제한도 폐지하기로 했다. 지금은 주상복합에 아파트 말곤 오피스텔만 설치할 수 있지만, 앞으로 정비계획을 통해 적정 용도를 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이 밖에 최근 분쟁이 확대되고 있는 공사비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부동산원에 가칭 ‘공사비검증지원단’을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2배 이상 확대한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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