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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즉각 휴전하라" 이스라엘 분노의 시위…"군 주둔" 버티는 네타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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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이스라엘의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끌려간 이스라엘 인질 6명이 결국 시신으로 발견되자, 더 이상 참지 못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스라엘 최대규모 노조도 총파업에 돌입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의 완충지대 '필라델피 회랑'에 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며 대규모 반대 시위에도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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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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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밤까지 이스라엘 곳곳에서 열린 시위에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가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은 텔아비브에서만 55만명이 참여하는 등 전국적으로 최소 70만명이 시위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에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며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2일 밤 7시 현재 텔아비브, 예루살렘 등 주요 도시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네타냐후 정부가 휴전 협정에 서명하고 남은 인질들을 석방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회원 80만명 규모의 최대 노동운동 단체인 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히스타드루트) 역시 2일 총파업을 진행했다. 아르논 다르다빗 히스타드루트 위원장은 "계속 시신을 받게 된다면, 이 나라의 경제 전체를 멈춰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총파업에는 운송, 유통, 행정 등 분야 주요 노동단체가 가담했다.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노조는 2일 오전 8시부터 공항 운영을 중단했고, 버스 회사들과 텔아비브·예루살렘 경전철 운영사도 파업에 동참했다.

다만 당초 이날 오후 6시까지 예정됐던 파업은 이스라엘 노동법원이 정부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오후 2시30분까지 정치적 파업을 중단하라고 명령을 내리면서 일찍 끝났다. 히스타드루트는 "법치국가에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인질석방에 대한) 연대 파업이 중요했고 이를 지지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히스타드루트는 지난해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 정비 입법에 반기를 들었던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을 해임하려 했을 때도 대규모 시위를 벌였었다.

CNN은 "지난해 3월 네타냐후 정권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 후 최대 규모의 파업"이라면서 "지난 토요일에 가자지구에서 인질 6명의 시신이 발견된 후 이스라엘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간 가디언은 "이번 시위가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움직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네타냐후 정권을 전복하고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는 운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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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내각의 일원인 갈란트 장관도 전날 휴전하지 않는 것은 도덕적인 수치라며 네타냐후 총리에 반기를 든 상태다. 이스라엘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은 101명으로 이 가운데 35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네타냐후 정부를 향한 휴전 요구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협상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번 주에 최종적인 인질 협상안을 제시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그것에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국제법 위반 가능성을 이유로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일부 무기 수출 허가를 중지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에는 군용기, 헬기, 드론 부품 등이 포함됐다.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의 압박이 상당히 커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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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인질 6명의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표하고 "이스라엘은 이 학살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하마스는 이 일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악의 축(이란과 대리세력)이 필라델피 축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영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필라델피 회랑에 군 주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인질 석방에 나보다 더 헌신적인 사람은 없다. 누구도 내게 설교할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와 필라델피 회랑에 진입했을 때야 비로소 하마스가 휴전·인질석방 협상에 의지를 보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필라델피 회랑 지하터널을 통해 이집트로부터 무기, 탄약 등을 조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CNN방송은 "그간 휴전 협상에서 회랑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거센 반대 여론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누구도 내게 설교할 수 없다'는 발언은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가운데 인질 6명의 생전 영상을 공개한 하마스는 추가 인질 살해를 위협하며 이스라엘에 휴전 협상을 촉구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에서 "점령군(이스라엘군)이 구금 장소에 접근할 경우 인질 처리에 대한 새로운 지침이 내려졌다"면서 "네타냐후가 협상을 성사시키지 않고 군사적 압박으로 이들을 풀려나게 하겠다고 주장한다면 이들이 관 속에 갇혀 가족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앞서 인질 6명은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한 땅굴에서 숨진 채 이스라엘군에 발견됐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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