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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정부, 온실가스 배출권 관리 강화… ‘대기업 부당이득’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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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온실가스 배출권 ‘과잉 할당’ 등으로 대기업이 배출권을 판매해 부당 이득을 얻는 일이 줄어들고, 배출권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는 등 거래 편의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을 높인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4일부터 10월 14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3일 밝혔다.

세계일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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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정안은 내년 2월7일 시행되는 ‘배출권거래법’에서 위임한 배출권 거래시장 활성화와 관련한 세부사항을 규정하고,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배출권 할당취소 규정 등을 보완한 것이다.

개정안은 우선 ‘배출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자(시장참여자)’의 범위를 기존의 할당대상업체, 시장조성자 및 배출권거래중개회사에서 집합투자업자(자산운용사), 은행 및 보험사, 기금관리자 등으로 확대하고, 향후 개인도 배출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시장참여자의 배출권 거래 편의성도 개선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중개회사’는 시장참여자를 대신해 배출권의 거래, 거래신고, 계정등록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배출권거래중개회사가 갖춰야할 할 요건과 역할, 준수사항 등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시장참여자의 범위 확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배출권의 불공정거래 행위 등을 막기 위해, 환경부 장관이 금융감독원의 협조를 받아 시장참여자의 배출권 거래 관련 업무와 재산 상황 등을 검사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됐다. 아울러 배출권 거래가격의 안정적 형성을 위해 시장안정화조치 기준 일부를 최신의 가격 상황을 더욱 유연하게 반영하는 기준으로 개정·보완한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시장참여자가 확대되면 기존의 할당대상업체 위주의 폐쇄적 시장에서 개방적 시장으로 개선돼 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되고 배출권 가격도 합리적으로 형성돼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대기업이 할당 취소된 배출권을 판매해 부당이득을 얻어온 데 대한 보완도 이뤄진다. 정부의 느슨한 배출권 할당 취소 규정을 정비하는 것이다. 2015년 도입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하고, 할당한 범위보다 많이 감축한 기업엔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는 경제적 유인을 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제도로, 남은 배출권은 다음 해로 넘길 수 있다.

현행 시행령에서는 기업의 배출량이 일정량(할당량의 50%) 이하로 감소하는 경우에만 정부가 기업에 할당된 배출권을 취소할 수 있다. 대기업들은 이에 감축노력을 하지 않고 다른 환경적 이유로 공장 가동이 축소·중단되면서 배출량이 줄었는데도 남는 배출권을 판매해 일종의 부당이익을 얻는 문제가 발생했다.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로 135일간 일부 공정을 멈춘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당시 공장 가동 차질로 약 550만t의 온실가스 배출권 잉여량이 발생했고, 그해에만 311억원 어치 배출권을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할당 취소 배출량 기준을 할당량의 50%에서 15%로 바꿔 정부의 배출권 할당 관리를 강화했다. 기업의 배출량이 조금(15% 이하)만 줄어도 할당된 배출권 취소가 가능해 부당 이득 사례를 줄일 수 있다. 환경부는 “별도의 노력없이도 잉여 배출권을 판매하여 이익을 얻는 등 기업의 감축 노력을 저해할 수 있는 현행 규정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할당 취소 규정 강화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배출량 감소 정도에 따라 구간을 나눠 할당 취소량을 달리 정하도록 했다.

이영석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배출권 할당 관리를 강화해 기업이 실질적으로 배출량을 감소토록 제도를 개선하고, 배출권 시장을 금융시장처럼 개방적이고 활성화된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라며 “환경과 금융을 연계한 배출권 시장이 기업이 기후기술을 도입하는데 필요한 탄소가격의 적정한 신호(시그널)를 제시하고, 나아가 새로운 탄소산업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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