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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서초포럼] 한국경제의 미래를 여는 국회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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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지난 2일 22대 첫 정기국회가 문을 열었다. 첫걸음을 내딛는 이번 정기국회를 바라보며 희망과 낙관보다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현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우리나라의 성장엔진은 점점 식어가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시간이 갈수록 하락, 2060년대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고착화를 맞게 되는 데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선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거나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낡은 제도와 규제가 너무나 많다. 이는 해외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모래주머니다. 인구 위기는 기업의 위기이고, 국가의 위기다. 합계출산율 0.72명의 저출산으로 내수시장은 점점 줄어들고, 기업의 생산성 역시 떨어지고 있다. 정체된 산업구조 역시 문제다. 우리나라의 10대 수출품목은 10여년 전과 다르지 않다. 고여 있는 물이 결국 썩듯이 산업구조 정체는 국가경제 퇴보로 이어진다.

우리 자녀들에게 밝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오래된 규제는 과감히 개혁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일이 시급하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육성의 중요성은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증기기관을 발명한 영국이 세계를 제패하고 대영제국을 건설했듯, AI 시대를 선도하는 국가가 향후 수십년 혹은 그 이상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이 혈안이 되어 천문학적인 액수의 반도체 지원금을 뿌리는 이유다. 반면 우리는 올해 말로 일몰을 앞둔 반도체 세액공제 연장이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된 이후 여야 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를 계기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민생을 챙기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여야가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하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부탁을 드린다.

먼저, 산적해 있는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 등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K 칩스법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세율과 24년째 과표구간 조정 없이 방치 중인 상속세 개편, 법인세율 인하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더 이상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둘째, 더 좋은 제도를 만들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힘써 주었으면 한다. 국경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이 경쟁하는 시대다. 제도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기에 입법기관인 국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원입안에 대해서도 사전 영향분석을 의무화하는 등 불필요한 규제,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제도의 도입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한국 경제 발전이라는 대의하에 여야가 협치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공급망 변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한국 경제는 성장과 퇴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추구하는 이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방법은 달라도 방향은 같아야 한다. 제도를 만들 때 퇴보가 아닌 성장을 위한 것인지, 국민 복지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인지 심사숙고하고 소모적 정쟁 대신 대의를 위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22대의 첫 번째 정기국회는 향후 4년간 입법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대립과 갈등보다는 협력과 화합을 통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약력 △64세 △서울대 영문학과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대사관 대사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국무조정실 외교심의관 △외교통상부 안보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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