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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사설] 문 전 대통령 수사, ‘피의 사실 흘리기’ 부작용 우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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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자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당 지도부와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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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서 검찰발(發) 수사 정보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 주요 사건에서 검찰의 피의 사실 흘리기와 언론의 보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발생한 비극들을 잊어선 안 된다. 검찰과 여권은 ‘망신 주기’식 수사가 되지 않도록 피의 사실 유출을 철저히 막아야만 수사 결과에도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어제 일부 언론을 통해 전주지검이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계좌를 추적한 내역과 이를 토대로 한 의혹들이 상세히 보도됐다. 검찰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지만, 주변 취재를 통해선 알기 어려운 내용들이라서 검찰 수사 내역이 새어 나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설령 수사팀이 직접 ‘언론 플레이’에 나선 건 아니라 해도, 보고라인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전파돼 언론까지 흘러 들어갔을 개연성이 크다.

한국 사회는 수사 단계에서의 피의 사실 공표와 과도한 경쟁 보도로 인해 아픈 경험을 많이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였다. ‘논두렁 시계’ 사례와 같은 ‘망신 주기’식 피의 사실 유출은 사회 전체에 막대한 상처를 남겼다. 크고 작은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가 추후 법원 판결로 실체를 부정당하는 경우도 많지만, ‘지르기’식 여론전의 피해는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다.

검찰은 서씨의 특혜채용 사건을 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로 연결시키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 등의 고발로 시작된 수사라서 검찰의 수사 착수 자체를 비판할 순 없지만, 정치적 배경이 없다고 할 순 없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는 이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수사라는 야당 의원들의 비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모두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진정으로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우선은 수사 정보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만약 여권이나 대통령실로 비선(秘線) 보고가 이뤄진다면, 앞으로도 정보 유출을 막기 어렵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정국 혼란, 정쟁 가열과 함께 사건 관련자들의 신변에 대한 걱정도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별건 수사, 시간 끌기를 지양하고 빠르고 정확한 처리를 통해 죄를 원칙대로 다스리되 후유증은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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