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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경찰, 또 텔레그램 이메일 내사…엔번방 때도 답변은 못 받아 [뉴스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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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8월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엄마들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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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텔레그램에 대한 사상 첫 내사(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텔레그램 운영자를 대상으로 허위영상물 제작 등 반포죄에 대한 방조 혐의로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텔레그램에서 수많은 불법합성물(딥페이크)이 유통되는데도 이에 대한 삭제·차단 등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찰의 내사가 정식 수사로 이어져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둘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내사는 수사 개시 이전에 혐의 유무를 확인하는 조사 단계로, 이 단계에서 범죄 성립 여부 등이 일정 부분 확인되면 정식 수사로 전환된다. 텔레그램은 본사 및 서버의 위치가 알려지지 않아, 현재 수사기관은 이메일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 본사에 허위영상물 유포 방조 혐의 관련 사실관계 확인용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까지 텔레그램으로부터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n)번방 사태 때도 대표 메일로 7차례 이메일… 답변은 없었다



경찰의 이메일에 텔레그램이 응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앞서 지난 2020년 텔레그램 엔번방 사태 당시에도 경찰은 텔레그램에 수사 협조 이메일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지만 단 한 번도 답을 받지 못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 당시였던 2020년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은 2020년 2월부터 8월까지 7개월 동안 텔레그램에 7차례 메일을 보내 협조했으나 한차례도 회신 받지 못했다. 당시 경찰은 텔레그램 본사 보안 담당자 등 공문 접수 경로를 파악하지 못해 일반 사용자들이 개인정보 침해나 학대 게시물을 신고하는 대표 이메일 주소로 수사 협조 요청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김 의원은 “경찰이 회신 받기는커녕 수신 확인도 못했다”고 꼬집은 바 있다. 다만 경찰은 “이번에 공문을 보낸 계정은 텔레그램의 대표 계정은 아니”라고 밝혔다.





“‘내사’라는 말은 부풀려진 말…텔레그램 응하지 않을 것”



전문가들은 경찰의 이번 내사도 실효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4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내사’라는 단어를 쓰면 일반 분들이 그래도 (수사기관이) 뭔가 하나보다,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약간 부풀린 면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텔레그램 대표(CEO)가 거기에 응할지는 사실은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미지수라고 봐야 된다”며 “텔레그램의 경우 어떤 나라나 정부와도 타협하지 않는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이기 때문에 이걸 희석시킬 리가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램이 용의자 계정 정보 등을 우리 수사기관에 제공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도 김 교수는 “수사기관이 용의자 계정 정보를 굉장히 특정화시키고 거기에 대해 충분한 증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한 우리 사전조사(내사) 같은 포괄적 요청에는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다만 “내사하다 보면 괜찮은 정보들이 나와서 그걸 매개로 또 텔레그램을 압박할 수는 있으니까 이게 아주 쓸데없는 짓 하는 거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램 법인 아닌 운영자 대상 내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당초 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텔레그램 ‘법인’에게 허위영상물 제작 등 반포죄(성폭력 처벌법 14조2항)에 대한 방조죄를 묻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경찰은 “법인이 아닌 운영자에 대한 내사”라고 정정했다. 현행법상 ‘사람’이 아닌 ‘법인’을 대상으로 허위영상물 제작 등 반포죄에 대한 방조죄를 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텔레그램 운영자에 대한 혐의는 허위영상물 제작 등 반포죄와 형법상 방조죄가 결합돼 적용될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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