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6 (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하마스 '숨통'? 팔레스타인 영토?…'뜨거운 감자' 필라델피 회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필라델피 회랑 가리키며 기자회견 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의 경계를 따라 이어진 좁고 기다란 통로를 일컫는 필라델피 회랑.

가자지구 전쟁이 11개월로 치닫는 상황에서 해묵은 갈등의 진앙인 이곳이 다시금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협상에서 필라델피 회랑의 관리 주체가 최대 걸림돌로 돌출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카타르, 이집트가 중재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협상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교착에 빠진 상태입니다.

하마스는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제권 주장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협상안을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휴전 협상이 무르익어 가는 상황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필라델피 회랑 문제를 협상에 추가했다는 게 하마스의 주장입니다.

필라델피 회랑은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6명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한층 더 첨예한 논란으로 증폭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필라델피 회랑 통제에 집착해 휴전·인질석방 협상이 깨지면서 결국 인질이 숨지는 사태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 때문입니다.

필라델피 회랑은 인질 살해에 격분해 항의시위에 나선 이스라엘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는 불쏘시개를 넘어 정치적 갈등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입장의 완화를 요구하며 언쟁을 벌였습니다.

이스라엘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보다 극우 장관들의 심기에 더 신경을 쓴다고 비판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유대인 국수주의, 초정통파 유대교 정파들이 이탈하면 권좌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SBS

가자지구와 이집트 경계를 따라 이어진 길이 14㎞ 필라델피 회랑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통제권 회복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스라엘 극우세력의 숙원이었습니다.

가자지구 재점령까진 아니더라도 하마스의 안보 위협을 없애려면 이집트를 오가는 밀수 통로를 통제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1979년 이집트와의 평화협정에 따라 필라델피 회랑에 중무기를 제외한 채 제한된 규모의 병력을 두는 게 허용됐습니다.

유대인 정착민들과 군대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에는 관리 권한은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넘어갔습니다.

팔레스타인 강경파인 하마스는 2007년 가자지구 통치를 시작한 뒤 필라델피 회랑도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작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으로 전쟁이 시작되자 자국과 가자지구 경계를 완전 봉쇄한 뒤 올해 5월에는 필라델피 회랑을 재점령했습니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경계를 따라 북쪽 지중해에서 남쪽 이스라엘까지 이어진 길이 14㎞, 너비 100m의 통로입니다.

회랑 중간에는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통로인 라파 검문소, 남쪽 끄트머리에는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통로인 케렘 샬롬 검문소가 있습니다.

하마스는 공식 통로가 아닌 필라델피 회랑 아래에 뚫은 여러 지하터널을 통해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오가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네타냐후 정권은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수하면 하마스가 재기할 기회를 헌납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애초 전쟁 목표가 하마스 완전해체를 통한 안전보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네타냐후 정권으로서는 양보가 어려운 사안일 수도 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필라델피 회랑은 하마스의 숨통이자 재무장을 위한 공급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악의 축(이란과 그 대리세력)에게 필라델피 회랑이 필요하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스라엘군 주둔을 영구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세에 기반시설과 전투원을 대규모로 상실한 하마스에게는 필라델피 회랑이 숨구멍이나 다름없습니다.

계속 맞서 싸우기 위한 무기를 들여오기 위해서도, 최후의 순간 가자지구에서 달아나기 위해서도 필라델피 회랑이 필요한 셈입니다.

미국과 주변국은 이스라엘군이 주둔해 필라델피 회랑을 통제하는 선택지에 부정적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전쟁 후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는 방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군의 재주둔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협상을 통해 독립국으로 각자 영토를 갖고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두 국가 해법' 비전에 비춰볼 때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국인 이집트도 자국 국경에 중무장한 이스라엘군이 주둔하는 상황을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이 필라델피 회랑을 통제하지 않고 안보 우려를 해소할 대안이 제시되기도 합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일단 하마스의 지하터널은 감시용 카메라나 센서 등을 통해서도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디언은 역사를 되돌아볼 때 하마스의 무기 밀수 등을 가자지구 반대쪽에서 철저히 단속할 이집트의 정치적 의지가 대안 마련에 핵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이종훈 기자 whybe0419@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