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 세부 자료를 보면, 명목상 특활비는 1206억6000만원으로 올해보다 21억7000만원(-1.8%) 줄었다. 그런데 용처를 알기 어렵고 증빙 의무가 약해 특활비나 다름없는 정보보안비 예산이 올해 1434억3000만원에서 내년 1593억7000만원으로 11% 넘게 증가했다. 올해 8921억원인 국가정보원의 안보비 예산도 내년엔 9310억원으로 4.4% 늘었다. 특활비에 정보보안비, 안보비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은 1조2110억원으로 올해보다 4.5%(526억8000만원) 늘었다. 내년 예산안의 정부 재량지출 증가율(0.8%)은 물론이고 총지출 증가율(3.2%)을 웃돈다.
특활비는 검찰이나 경찰, 국가정보원 등이 수사나 정보 수집 같은 업무에 쓰는 돈이다. 사용처가 사실상 베일에 싸여 있다. 예산도 총액 단위로 편성되고 배분과 집행은 부처 재량이다. 그러다보니 기관장 쌈짓돈이나 술자리 회식비 등으로 써도 확인이 매우 어렵다. 오죽하면 “검찰 고위 간부가 예뻐하는 검사, 원하는 수사를 하는 검사들에게 주는 당근”(임은정 검사, 2023년 7월7일 MBC 라디오 인터뷰 중)이라는 폭로까지 나왔겠는가.
지난해 시민단체와 언론사 등으로 구성된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의 노력으로 검찰의 특활비 오남용 실태가 일부 확인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경우 이임식을 사흘 앞둔 지청장이 일요일에 특활비 150만원을 받아가고, 차장·부장검사들이 일정 액수씩 나눠 받거나 11~12월에 전체의 30~40%를 몰아 쓰는 행태가 드러났다. 비판 여론이 비등했지만 제도 개선은커녕 사과나 반성조차 없었다.
내수 침체와 소득 양극화로 민생이 도탄에 빠져 재정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특활비를 감액해도 부족할 판에 도리어 확대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건전 재정’을 외치며 국민의 허리띠는 졸라매 놓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회는 철저한 심사로 특활비로 새 나가는 국민 혈세를 막고, 권력기관의 불투명 예산에 대한 견제·감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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