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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사설] 국회 합의 허문 정부 연금안, 정년연장도 함께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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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26년째 같은 수준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고, 현행 40% 수준인 소득대체율을 42%로 올리는 개혁안을 내놨다. 앞서 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에서 도출된 안보다 후퇴한 것으로, 보장성 강화보다 재정 안정에 방점이 찍혔다. 사회적 합의를 뒤집고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린 건 유감이지만,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화 방안과 인구구조 등에 따라 연금액을 깎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계층 간 형평성을 훼손하고, 노인빈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연금 개혁 성패는 이 문제를 보완할 대책이 얼마만큼 정교하게 뒤따르느냐에 달려 있다.

세대별 차등화는 50대는 1%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씩 올리는 등 연령대별로 인상 속도를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이다. 한마디로 ‘나이가 많을수록 빨리 오르는’ 방식이다. 가장 오래 많이 내면서도 가장 늦게 받는 청년층 부양 부담과 국민연금 불신을 줄이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 있다. 하지만 계층 간 형평성이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을 정부는 새겨들어야 한다. 50~60대는 부모·자녀를 모두 부양해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인 데다, 이미 이 연령대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는 보험료를 내지 못해 납부 예외가 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기대여명·기금수익률 등에 따라 지급액을 깎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사실상 지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실질 소득대체율이 20%대 초에 불과한 국민연금 보장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공론화위 합의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소득대체율이 크게 하락하면, 노후 생계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층 불신이 더 강화될 우려도 있다. 정부는 이번에 국민연금 의무가입기간을 59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현행 60세인 정년과 연금 수령 사이 ‘소득 절벽’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가볍지 않은 문제다.

정부가 2003년 이후 21년 만에 내놓은 연금개혁안은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해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 한다. 그러나 계층 간 불평등과 노인빈곤 등 우려를 해소할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세대 간 갈등만 부추기게 될 우려가 크다. 저소득 중장년층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년 연장 등 노동개혁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하며, 10인 미만 사업장 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사업을 확대하는 등의 적극적 복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앞서 사회적 공론화안을 두고도 끝내 합의에 실패한 국회도 이번엔 국민적 합의 도출을 매듭져야 한다.

경향신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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