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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퍼플렉시티, SKT 손 잡고 한국 검색 시장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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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택경 기자] SK텔레콤이 퍼플렉시티(Perplexity)와 함께 국내 인공지능(AI) 검색 시장을 개척하고, AI 서비스 생태계 확대에 나선다.

SKT와 퍼플렉시티는 9월 4일 서울 SKT 사옥에서 퍼플렉시티와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퍼플렉시티의 국내 검색 시장 진출과 SKT의 글로벌향 AI 에이전트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상호 협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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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 / 출처=IT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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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출신 아라빈드 스리니바스(Aravind Srinivas) CEO가 2022년 창업한 퍼플렉시티는 생성형 AI 기반 대화형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그에 관련된 웹페이지 링크를 제시하는 기존의 키워드 기반 검색과 달리, 퍼플렉시티는 질문을 입력하면 대형언어모델(LLM)이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그에 맞는 답변을 생성한다. 신뢰할 만한 출처를 인용하고, 최신 정보를 반영해 환각 현상과 답변 오류를 최소화한 게 특징이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이 발표한 챗봇 사용성 평가에서 퍼플렉시티가 종합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이날 간담회에 직접 참석한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CEO는 “10개의 파란색 링크만 제공하는 지금의 검색 엔진 이용 경험은 개인화된 답변을 제공받길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채워주지 못한다”면서 “검색 엔진이 아닌 답변 엔진을 만드는 게 우리의 접근법이다. 질문을 넣으면 즉각적으로 답변을 생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리니바스 CEO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마이크 델 델 창업자,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탠리 드러켄 밀러 등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 유명 인사들도 퍼플렉시티를 사용 중”이라며 “억만장자에게나 우리에게나 시간은 소중한 자원이다. 더 많은 검색을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다는 게 퍼플렉시티가 주는 혜택이다. 답변을 얻는 게 쉽고 빨라지면 더 많은 질문을 하게 될 것이고, 더 많은 질문을 하게 되면 더 많이 배우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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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 / 출처=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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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서 SKT와 퍼플렉시티는 SKT 고객들에게 ‘퍼플렉시티 프로’ 1년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고도 밝혔다. 퍼플렉시티 프로는 더 정확한 답변과 이미지 업로드 등 고급 기능을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다. 연간 200달러(약 27만 원)에 제공되지만 이날부터 SKT 가입자들에게는 무료 이용 안내 MMS가 발송될 예정이다.

SKT와 퍼플렉시티는 상호 투자 계획도 밝혔다. 지난 6월 SKT가 퍼플렉시티에 1000만 달러(약 134억 원)를 투자한 데 이어, 퍼플렉시티 또한 SKT의 실리콘밸리 소재 자회사 ‘글로벌 AI 플랫폼 코퍼레이션(GAP Co.)’에 투자할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내용이나 규모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양사는 상호 투자를 통해 AI 사업과 서비스, 기술 협력까지 전방위적인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SKT는 앞서 지난달 26일 개인비서 서비스인 에이닷을 전면 개편하면서 퍼플렉시티의 AI 모델인 소나(Sonar)를 탑재한 바 있다. SKT와 GAP Co.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개발 중인 개인비서 서비스인 ‘퍼스널 AI 에이전트(PAA, Personal AI Agent)’에도 퍼플렉시티가 검색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다. PAA는 연내 베타 버전을 미국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이 한창이다.

SKT는 퍼플렉시티의 검색 기술을 공유받아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퍼플렉시티의 한국 시장 안착에도 협력한다. 김용훈 SKT AI 서비스 사업부장은 “퍼플렉시티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 특화한 모델(KR-Enhanced Model)도 함께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에이닷을 통해 한국 내 퍼플렉시티의 인지도를 높이고, 중장기적으로는 구독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개발해 이를 결합상품 선보이는 등 서비스와 상품 단계까지 포함한 공동 사업을 계속 전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KT, 개인비서 서비스로 AI 생태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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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근 SK텔레콤 글로벌·AI테크 사업부장 / 출처=IT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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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는 에이닷, PAA 등의 개인비서 서비스를 통해 국내외 스타트업들의 AI 서비스를 한 데 묶어서 쉽고 저렴하게 제공하는 AI 서비스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고객들에게는 다양한 AI 서비스를 한 데 묶어서 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AI 서비스 스타트업들에게는 SKT가 보유한 고객들과의 접점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석근 SKT 글로벌·AI테크 사업부장은 “퍼플렉시티 외에도 다양한 AI 서비스 스타트업을 많이 만나고 있다. LLM은 유용하지만 여전히 비용이 많이 든다. 결국 유료화가 불가피하지만, 유료 서비스를 위한 마케팅과 고객 확보 또한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려운 일”이라며 “통신사들이 할 수 있는 건 이러한 AI 스타트업들을 고객들과 연결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퍼플렉시티, K-갈라파고스 넘을 수 있을까

퍼플렉시티가 한국의 독특한 인터넷 환경을 극복하고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한국은 전 세계 검색 시장을 독점 중인 구글이 힘을 못 쓰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네이버와 같은 토종 플랫폼 기업들이 크롤링(Crawling) 제한으로 폐쇄적인 검색 환경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롤링은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이 검색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웹 문서를 탐색하고 수집하는 과정을 말한다. 구글로는 네이버는 블로그, 카페, 스마트스토어 등 네이버 서비스 내에서 생산되는 콘텐츠 대부분을 검색하지 못하는 이유다. 결국 논문이나 전문적인 자료는 구글에서 검색하더라도, 생활정보는 네이버에서 검색하는 등 검색 엔진 이용이 파편화될 수밖에 없다.

퍼플렉시티 또한 결국 웹 문서를 크롤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답변을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인 이상 같은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인터넷 생태계의 큰 축을 차지하는 네이버 내 정보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핸디캡을 가진 퍼플렉시티가 앞으로 한국에서 얼마나 효용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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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렉시티 음성 검색 기능을 시연 중인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 / 출처=IT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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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서는 퍼플렉시티 음성 채팅 기능을 시연하던 중 동문서답이 나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스리니바스 CEO가 영어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잘생긴 한국 펜싱 선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자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배드민턴, 안세영, 양궁 김우진 등 여러 선수들이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답을 내놓았다. '오상욱 선수'를 답변으로 기대하고 던진 질문이었지만 엉뚱한 답변이 나온 것이다.

황유라 퍼플렉시티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십 리드는 질의응답 시간에 해당 오류가 언어 설정과 번역 문제로 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설정 변경 후 다시 시연하자 의도한 대로 "오상욱 선수"라는 답변이 나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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