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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A, A, 또 A등급”…120조 투자로 ‘기세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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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잘나간다 했더니 신용 ‘킹’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올A’를 받으며 글로벌 신용평가 부분에서 일본 토요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무디스(Moody‘s),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영국 피치(Fitch)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았다.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은 자동차 기업은 현대차·기아를 포함한 벤츠, 토요타, 혼다 등 총 4곳뿐이다.

이들 3대 신용평가사의 글로벌 위상은 막강하다. 이들 평가에 따라 하루 수십조원 자금이 전 세계를 넘나든다. 현대차·기아가 향후 사업 전망, 재무건전성 등 질적 측면에서도 정상급의 자동차 메이커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독일 폭스바겐만 하더라도 연간 생산 대수는 현대차·기아보다 많다. 하지만 S&P 신용등급은 BBB+(안정적) 수준이다. 현대차·기아(A-)보다 한 단계 낮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는 신용평가사 3곳 모두에서 B등급을 받는 데 그쳤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국제 신용등급이 가파르게 올라서는 중이다. 지난 2월 무디스와 피치에서 A등급을 받은 지 6개월 만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에서도 신용등급이 A-(안정적)로 올랐다.

매경이코노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올A’를 받으며 글로벌 신용평가 부분에서 일본 토요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사진은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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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A’등급 車 업체, 4곳뿐

무디스·피치 이어 S&P A등급

무엇보다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비롯한 여러 재무건전성 지표가 건전하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일례로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10%를 넘었다. 대표적인 회계지표인 EBITDA는 이자비용(Interest)과 세금(Tax), 감가상각(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등을 차감하기 전 이익(Earning)을 일컫는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기업이 돈을 벌어들이는 능력, 즉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가 최근 인도에서 최대 30억달러(약 4조원) 규모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점도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전 세계에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동시에 생산 가능하다는 점도 3대 신용평가사의 주요 판단 근거가 됐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나 하이브리드 생산에 주력하는 토요타와 비교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차도 혼류 생산할 계획이다. 현지에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을 반영해 빠르게 결정했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 영향력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감안해 유럽에서도 연내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공개하며 전기차 수요의 일시적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앞장설 계획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7월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기아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10%로 집계됐다. 테슬라(50.8%) 다음으로 2위다. 포드(7.4%)와 GM(6.3%)은 각각 3·4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 상승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부합한다. 신용등급 상승은 곧 기업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라서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돼 주식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주가 역시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차나 기아에 투자한 소액 투자자 역시 밸류업 효과로 더 많은 수익을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조달 금리가 낮아지며 이자 비용이 줄어든다. 이자 비용 감소에 따라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더 많아지기 때문에 신사업 투자나 배당 여력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미국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 미국 금융 전문 매체 ‘벤징가’, 야후 파이낸스, 싱가포르 일간 아시아원 인터넷판, 독일 경제금융 포털 피난첸이 이런 내용을 웹사이트 등을 통해 보도했다. 미국 ‘오토블로그’ 같은 외국 자동차 전문 매체에도 비슷한 내용이 게재됐다. 이들 매체는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 상향을 두고 “한국 자동차 브랜드에 의미 있는 이정표로,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에서 현대차·기아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S&P가 현대차·기아 신용등급을 상향한 근거도 설명하며 “(주요) 시장점유율 증가와 제품 믹스 개선, 일부 우호적 환율 등으로 2021년부터 3년간 수익성이 현저히 향상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 중장기 전략 ‘현대 웨이’

제네시스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출시

한편, 현대차는 2033년까지 120조원 투자를 단행한다. ‘전기차 포비아’가 일고 있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종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새 중장기 전략 ‘현대 웨이’를 미래 구상으로 내놨다. 최근 전기차 화재 사태로 전기차 수요 급감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하이브리드를 현재 7개 차종에서 14개 차종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오는 2033년까지 120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대를 목표로 잡았다. 이 중 전기차는 200만대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 웨이는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현대 다이내믹 캐파빌리티’,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 확장을 위한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 수소 사회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에너지 모빌라이저’ 등 3대 전략을 골자로 한다. 2023년까지 120조원 투자는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했던 투자금(10년간(2023~2032년) 109조원)과 비교해 10%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2030년 연간 글로벌 판매량 555만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2023년 판매 실적 대비 약 30% 이상 증가한 물량이다. 글로벌 사업장에 생산시설을 계속 확장해 추가로 100만대 생산능력을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전기차 모델은 2030년 200만대를 판매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약 36%를 채운다는 계획이다. 주요 시장인 북미에서 69만대, 유럽에서 46만7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이다. 현대차는 준중형과 중형 차량 중심으로 적용됐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 대형, 럭셔리 차급까지 확대한다. 기존 7개 차종에서 14개 차종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제네시스는 전기차 전용 모델을 제외한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 옵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앞으로 양산될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스마트 회생제동, 차량 외부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과 같은 특화 프리미엄 기술도 탑재한다. 현대차는 2028년에는 하이브리드차 133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현대차는 전동화 속도 둔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완충 시 9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EREV’도 선보인다. EREV는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각각 적용한 차량으로, 전기차와 같이 전력으로 구동하지만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 충전을 지원한다.

현대차는 2026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EREV 양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2030년까지 보급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신규 개발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또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를 제시하면서 자율주행차·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개발과 다양한 모빌리티 신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계속 고도화하면서 관련 데이터 수집과 동시에 자동으로 AI 모델을 학습하는 체계를 마련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5호 (2024.09.03~2024.09.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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