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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ET시론]인공지능 시대 숨은 동반자, 소프트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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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일상과 사회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이처럼 AI 기술이 이론에 그치지 않고 연구실 밖을 나와 현실 세계에서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소프트웨어(SW) 기술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SW는 AI를 구현하고 작동하게 만들어 AI의 잠재력을 현실로 바꾸는 원동력이며, 또한 그 현실화된 AI를 소비자에게 서비스로 배포해 혁신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 역시 SW인 것이다.

혹자는 AI의 성공에는 인프라에 해당하는 클라우드의 공이 크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학습하기 위해 GPU와 같은 가속기 하드웨어를 사용하는데, 이를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연계해 주는 프레임워크 기술은 SW의 영역이다. 엔비디아의 CUDA가 대표적인 예로, 이로 인해 AI 연구자들은 GPU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AI의 급속한 발전이 가능했다. 또한 쿠버네티스와 같이 AI 기술의 배포를 통해 대중화를 촉진하는 데 큰 축을 담당하는 컨테이너 기술도 SW 기술인 것이다.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는 동안 이를 뒷받침하는 SW 기술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코딩 기술은 개발자들이 반복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보다 창의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트너 리서치는 2027년까지 전문 개발자의 70%가 AI 기반 코딩 도구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생성형 코딩은 단순히 코드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코드 분석 및 배포를 최적화하여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에서 데브옵스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SW 개발의 신속성과 서비스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생성형 코딩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우리가 AI의 화려함에 주목할 때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플랫폼, SW공학기술 등 없어서는 안 될 SW 기술은 AI의 그림자 속에서도 쉬지 않고 발전하고 있다. 즉, 아무리 좋은 AI 서비스가 기획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의 실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SW 기술 경쟁력이 부족하다면 AI의 동반자인 SW는 결국 외국산 솔루션에 선점되어 속빈 강정이 될 공산이 큰 것이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은 위기

한편, 우리나라의 SW 기술력과 산업 경쟁력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현재 국산 SW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에 불과하며, 글로벌 점유율은 1% 미만에 머물러 있어 국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1등하는 SW는 왜 없는가?” 하는 일각의 뼈아픈 지적도 있는 상황이다.

AI를 위한 SW 인프라에 해당하는 클라우드 분야는 어떠한가? AWS와 MS 애저 같은 글로벌 거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와 경쟁할 수 있는 규모의 토종 CSP가 부재하다는 점은 우리나라 SW 산업의 심각한 약점이다. ID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와 MS 애저의 점유율은 70%를 상회하나, 국내 CSP의 점유율은 10%를 넘지 못한다.

SW 전문 인재 부족 문제도 우리나라 SW 경쟁력의 큰 걸림돌이다. 한국생산성본부의 202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 추진 애로사항으로 54.9%가 전문 인력의 부족을 꼽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2023년 SW 산업 실태 조사에서도 SW 기업의 34.9%가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력 부족을 애로사항 1순위로 손꼽아 33.3%인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는 우리나라 SW 기업들이 인건비에 비하여 인력의 역량이 부족함을 호소하는 메시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인력난, 예산 축소도 문제

우수한 인재들이 대기업이나 금융, 게임 업계로 몰리는 현상 또한 SW 산업 전반에 만성적인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정부가 SW중심대학 사업 등을 통해 SW 인재의 양적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 교육과 기업 요구 간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이를 메꾸기 위해서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와 같은 개발자 양성 전문 기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SW 업계와 대학을 연계하는 트라이앵글 협력 체계를 제도적으로 촉진할 필요가 있다.

또, 정부 차원의 SW 연구개발(R&D) 예산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8월 말 정부가 발표한 2025년 R&D 예산안이나 국가전략기술 육성 기본계획에서 SW라는 단어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또 SW 분야 R&D 정부예산의 대장주라 할 수 있는 SW컴퓨팅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내 순수 SW의 신규사업 예산이 대폭 감소하였다는 후문도 있다. 물론 SW는 AI, 반도체와 같은 게임 체인저 분야에 스며들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내년도 전체 R&D 예산이 올해 대비 11.8% 증액되는 가운데 데이터베이스, 운용체계, 임베디드 SW, 가상화, SW 공학 등 없어서는 안 될 SW 기반 기술은 어떤 형태로든 별도로 가시화되어야 했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아울러, 과도한 규제와 비효율적인 제도 역시 SW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다. 예를 들어, 공공 정보화 사업에서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협력을 제한하며, 전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정보화 사업에서 대가 산정 체계와 유지보수 요율의 현실화는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으며, 공공기관 정보 시스템 감리 제도도 시스템 구축 후 운영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예방 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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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SW기업 채용 애로사항 (자료: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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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와 AI의 상생적 전략 필요

AI와 SW는 태생적으로 동전의 양닢과 같다. 앞면만 보인다고 해서 뒷면이 없는 것이 아니다. AI와 SW의 상생은 운명인 것이다. 새롭게 취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특정분야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을 아우르는 수장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AI 시대에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SW 산업을 동반자로 인식하는 상생적 사고와 전략이 필수적이다. SW 기술력과 산업 경쟁력이 튼튼하게 뒷받침될 때, AI 정책도 성공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우리나라 SW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도 가시성 있는 정책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두현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doohyun@konkuk.ac.kr

〈필자〉KAIST 전산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ETRI에서 책임연구원 근무 후 2004년부터 건국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위 ICT융합전문위 위원장, 한국정보과학회 학회장, 한중일 공개SW활성화포럼 운영위원, 건국대 공과대학 학장 및 정보통신처장 등을 역임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 민간전문가(CP)를 역임하며 딥뷰, PaaS-TA 등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분야 대형 국가 R&D 프로젝트를 기획 론칭한 바 있다. 현재 신SW상품대상 선정위원장, AI·디지털인재얼라이언스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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