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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바이오 기술도 중국에 역전당한 미국, '중국 견제용' 생물보안법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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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핵심 분야 7개 중 4개 중국이 1위
미국, 위기감에 생물보안법 추진 가속화
한국, 중국 압도적 성장세에 균형감 필요
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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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바이오 산업을 주도할 기초연구 영역에서 중국이 미국을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합성생물학, 바이오 제조, 유전자 분석 분야는 중국이 세계를 압도했다. 미국이 글로벌 바이오 산업 패권을 지키기 위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생물보안법을 서두르려 하지만, 중국의 성장세가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터라 머잖아 세계 바이오 산업이 양분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5일 한국바이오협회는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지난달 내놓은 '20년간 핵심기술 추적지표' 중 바이오 분야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3년)간 바이오 영역 7개 연구 분야 중 중국이 4개, 미국이 3개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0년으로 기간을 넓히면 미국(5개)이 중국(2개)보다 많지만, 근래 들어 중국이 역전한 것이다.

내용을 보면 중국 우위가 더 뚜렷하다.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세계 10대 연구기관이 모두 중국 기관이다. 상위 10%의 영향력 있는 논문도 57.7%를 중국에서 써내, 13.1%에 머문 미국을 4.4배 이상으로 압도했다. 이 분야에서 한국은 4위에 올랐다. 바이오 제조 분야에서는 중국이 세계 최고 기관 10개 중 9개를, 영향력 있는 논문 점유율도 28.5%를 차지했다. 미국은 인도(2위)보다 낮은 3위였다.

신규 항생제 및 항바이러스제, 유전체시퀀싱 및 분석 분야에서는 10여 년 사이 중국이 미국을 밀어내고 선두를 꿰찼다. 연구 논문 점유율도 중국은 각각 29.7%, 35.6%로 2위 미국의 11.6%, 22.2%에 크게 앞섰다. 나머지 유전공학, 핵산 및 방사성의약품, 백신 및 의료대응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이 1위를 지켰으나, 중국과의 격차가 줄었다.

ASPI는 중국이 2015년 발표한 '중국 제조 2025' 구상과 이를 위한 투자가 현실화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특히 2010년대 이후로 큰 진전을 이뤘다"며 "올해만 해도 중국은 과학기술 연간 예산을 크게 늘려 515억 달러(약 3,708억 원)"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국가적인 연구 투자 성과가 현실화하면서 미국이 쥐고 있던 산업 패권에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에 이어 바이오 산업에도 미국이 생물보안법을 서둘러 제정하려는 이유다. 미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발의된 생물보안법안이 입법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하원에서는 다음 주 중 입법 절차를 줄인 법안이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다.

생물보안법에는 베이징게놈연구소(BGI)와 자회사 MGI테크,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의 핵심 바이오 회사가 우려 기업으로 포함돼 있다. 법이 시행되면 미국 정부 자금으로는 해당 기업들과 거래가 금지된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식품의약국(FDA)을 중심으로 산업 패권을 쥔 미국이 연구와 기술 역량이 중국에 많이 따라 잡혔다는 위기감에 생물보안법 실행을 가속하고 있다"며 "우선 바이오 제조와 유전체 분석 분야에서 더 이상의 성장을 억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생물보안법이 중국의 성장세를 억제하기에는 무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도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편에만 서서는 양립한 세계 바이오 시장에서 되레 고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흥열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은 "데이터 통합 관점에서 중국은 국가 주도로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해 향후 질병 진단, 신약 개발의 혁신 기술을 선점할 것"이라며 "연구 윤리와 제도에서 중국의 약점이 부각되는데도 수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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