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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사설]구글, 韓 매출 12조인데 세금 고작 155억… 우릴 뭘로 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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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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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검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거대 플랫폼 기업 구글이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을 축소해 턱없이 적은 법인세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글 측은 ‘한국에 고정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를 들지만, 세율이 낮은 다른 나라 법인에 이익을 몰아줘 한국에서 생긴 사업 실적을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국내 세수 상황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구글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엔 역차별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재무관리학회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코리아의 작년 추정 매출은 대기업 수준인 12조1350억 원이다. 유튜브 콘텐츠와 검색에 붙이는 광고, 앱 장터 수수료, 클라우드 사업 등의 매출을 합한 것이다. 하지만 구글코리아는 한국 매출을 3653억 원으로 공시하고 155억 원의 법인세만 냈다. 이에 비해 구글과 비즈니스 모델이 비슷하고 매출은 9조6700억 원인 네이버는 그 32배인 4963억 원의 법인세를 냈다.

구글 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싱가포르, 아일랜드 등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 지역 거점을 두고 매출, 이익을 몰아줘 세금을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 때문에 한국의 국세청이 2020년 5000억 원의 법인세를 부과했지만 구글코리아는 세금은 안 내고 행정소송을 벌이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국적 플랫폼 기업이 수익이 발생한 나라에 세금을 내도록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논의는 지연되고 있고 실제 부과 여부도 미지수다. 이와 별도로 한국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구글의 ‘앱 장터 갑질’에 475억 원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해 놓고도, 방통위의 파행 등을 이유로 실제 집행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해외 기업의 무책임한 행태를 방치한다면 국내 경쟁 기업, 특히 벤처기업의 생태계에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을 보유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한국 기업들은 모두 부담하는 통신망 사용료도 제대로 내지 않는다. 기업의 기본적 의무마저 방기하는 관행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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