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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기억할 오늘] 라틴 백인 우월주의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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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헨리 “엔리케” 타리오- 2
한국일보

2020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민들의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시위 장면. 한 달 전 브라질에서도 10대 소년이 경찰 과잉 대응으로 숨졌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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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프라우드 보이스’는 미국 제도권 우파의 온건한 노선에 반발하며 ‘화이트 제노사이드’, 즉 세계가 대량 이민과 인종 간 결혼, 저출산과 임신중지(낙태), 성소수자운동 등을 통해 순혈 백인들을 멸절시키려 한다고 주장하며 2016년 결성된 극우 인종주의 단체다.
하지만 재판에서 타리오는 “갈색 피부를 지닌 쿠바계인 나는 백인우월주의를 부정하며 반유대주의를 규탄한다. 나는 인종주의자도 파시스트도 아니며 공산주의를 포함한 그 어떤 이념도 부정한다”고 주장했고, 변호인단 역시 그를 “그릇된 길을 선택했지만,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애국주의자”라고 주장했다. 그가 주도해온 프라우드 보이스의 여러 활동, 여성-성소수자-무슬림 혐오 및 이민자 혐오 활동과 신나치 극우인종주의 단체들과의 협력 증거들과 사뭇 딴판인 주장이었다.

타리오의 변명은 2023년 5월 텍사스주 앨런의 한 아웃렛에서 3세 소년을 포함 8명을 살해한 뒤 경찰에 의해 사살된 멕시코계 극우 네오나치 청년 마르티네스 가르시아(Martinez Garcia)와 대비됐다. 가르시아는 SNS 등에 “라틴계는 백인과 공통점이 많다”며 자신을 백인과 동일시했다. 그의 몸에는 나치 친위대 문양을 비롯한 다양한 파시스트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흑인들끼리도 피부색의 짙고 옅음에 따라 차별이 없지 않다고들 하지만, 다양한 인종적 정체성이 섞인 라틴계의 서구-백인 우월주의 전통은 사실 뿌리가 깊다. 상당수는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식민지 종주국인 유럽(스페인)에 두고 스스로를 “실향한 스페인인(displaced Spaniards)”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백인 히스패닉, 백인 우월주의도 성립한다. 그들은 역사적 차별, 즉 인종별 혼인 금지와 국가가 승인한 인종 청소, 아프리카계 혹은 원주민 혼혈에 대한 다양한 차별을 경험했고, 미국에서도 차별적 구조와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그들에겐 소위 순수 유럽계 백인에겐 없는 뒤틀린 자기혐오와 주류 사회에 동화하기 위한 과잉 충성(우월주의)의 충동이 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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