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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여의뷰] 동력 떨어지는 민주당발 '계엄령'…역풍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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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가능성', 시작은 민주 전대 최고위 선거

尹 '반국가 세력' 발언·김용현 장관 지명에 재점화

이재명, 여야 대표회담서 공식화로 정점

증거 없는 말잔치…'국군의날 괴담'까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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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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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주훈·라창현 기자] 22대 국회가 개원한 정치권이 '계엄령' 논란으로 또 다시 경직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현재 정치 상황에선 실현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야당이 지속적으로 군불을 지피면서 의혹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증거 없는 일방적 주장에 의구심이 커지면서 '동력상실'과 '역풍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 '계엄 가능성'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지적하는 것은 바로 '증거 부족'이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 경험이 있는 수권정당 민주당의 정보력을 무시하지 말라"며 여러 의혹을 제기했지만, 모두 '정황 증거'에 불과했다.

◇ '계엄 의혹' 타임라인…시작은 '尹 견제'

민주당이 계엄을 주장한 과정을 따라가 보면, 당초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 아닌 '확대·재생산'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계엄 의혹은 민주당 8·18 전당대회 막판에 쏟아졌는데, 당시 전대에선 '이재명 마케팅'과 함께 당원들의 주목을 받기 위한 강성 발언 경쟁이 펼쳐졌다. "김건희·윤석열은 살인자"라고 발언한 전현희 의원이 최고위원 경선에서 6등에서 2등으로 올라오자, 타 후보들이 꺼낸 것이 바로 '계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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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최고위원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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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엄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언주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임명 철회 필요성을 부각하면서 '계엄 가능성'을 꺼냈다. 그는 "김 후보자는 수도방위사령관과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등을 역임했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시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을 동원해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계획의 일환은 아니냐"고 주장했다.

예비역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의원이 이 주장에 살을 보탰다. 김 의원은 전대를 이틀 앞두고 윤 대통령을 비롯해 김 후보자,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박종선 777사령관 등 인사가 '충암고'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친정체제가 완전히 구축되면 그런(탄핵 시 계엄 선포) 것들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다만, 전당대회가 끝나면서 계엄 논란도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김병주 최고위원이 '이재명 2기 체제' 첫(지난달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무너지지 않고 군을 동원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고 했지만 큰 반향을 끌어내진 못했다. 이렇다 할 증거가 뒷받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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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왼쪽)·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후보 시절이던 지난 8월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 尹 '반국가 세력' 발언에 맞불로 꺼내든 '계엄'

수면 아래 있던 계엄 논란이 다시 부상한 배경은 윤 대통령 발언과 연결된다. 그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훈련 첫날인 지난달 19일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며 "혼란과 분열을 차단하고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제기되자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거세게 반발했다. 여기서 김민석 최고위원이 "반국가세력은 어디 있는 누구인가"라며 '계엄설'로 맞불을 놓았다. 그는 윤 대통령 발언과 국방부 장관 교체를 엮어 "최근 정권흐름의 핵심은 국지전과 북풍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도, 그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증거를 제시하겠다는 취지만 언급했지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이후 계엄설을 본격적으로 띄운 사람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그는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에서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을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정치개혁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이 말을 '윤석열 독재 정부화' 전략으로 보는 해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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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공동취재) 2024.09.01.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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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민주당이 '계엄 정황 증거'로 내세우고 있는 사실은 '한남동 공관 회동'이다. 김 후보자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경호처장 공관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국방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이었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이 의혹을 지난 2일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꺼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박 의원이 제기한 그 제보는 저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며 "왜냐하면 그때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부인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시 김 후보자는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거짓 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계엄령 선포 가능성을 일축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김병주 최고위원이 해당 의혹을 제기하자 "(수도권 3사령관 소집은) 박근혜 정부 땐 매달 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몇 번 한 격려 활동"이라며 "정상적인 경호작전 부대에 대한 관심 표명"이라고 선을 그었다.

의원 개인 입장에서 지도부의 '계엄설' 주장에 가세하는 의원도 있다. 양문석 의원은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군 장성 130명이 지식 정보 사이트 '나무위키'에서 자신과 관련 있는 정보를 삭제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욱이 군의 정보 삭제 움직임이 '계엄' 등 비상사태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 증거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4월부터 대한민국 국군 장성 130명이 '나무위키'에서 본인들의 정보를 삭제하거나 삭제를 위한 임시 조치를 취해왔다"며 "대한민국 전체 군 장성 382명 중 약 34%에 해당하는 수치인데, 규모와 조직적인 양상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보 삭제의 최초 요청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의 충암고 동문인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고, 그 뒤를 이어 육군사관학교 동기인 신은봉 육군인사사령관이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조직적인 정보 삭제 행위가 여당의 총선 패배 이후인 4월부터 시작됐다는 사실도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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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안산갑에 출마한 양문석 후보가 10일 오후 경기 안산시 선거사무소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4.04.10.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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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부만 아는 '계엄증거'…던져 놓고 '증거찾기'

다만, 민주당 당내 관계자는 물론 국방위 관계자까지 계엄 증거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해당 의혹을 제기한 지도부가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 지도부조차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소위 '증거 찾기'에 총력을 쏟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당내에서도 "섣불렀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정이 장난인가"라며 역공을 펴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제가 (계엄령 관련) 발언을 한 이후에 민주당이 한 얘기를 보면 정말 아무런 근거 없이 밑도 끝도 없이 내뱉은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김민석 의원은 제가 모르고 김 의원이 아는 정보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국방위 사정을 잘 아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군은 안보나 국내 상황 등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검토할 수 있지만, 이것이 비상 대응 매뉴얼에 따라서 논의한 것인지,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며 "문제는 (수도권 3사령관 회동이 계엄 증거로) 증빙 여부인데, 현재 상황으론 증거가 없이 제기하는 수준으로 그것도 일부 의원이 아니고 지도부 전체가 주장하면 수습하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면서 '계엄설' 동력이 떨어지자 지도부가 역풍을 우려해 발을 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 이미지가 충분히 실행할 사람으로 국민은 보고 있는데, 여기에 반국가세력 발언, 충암고 사단,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 등 행보가 민주당 시나리오와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다만 실제 의원 40명을 체포할 경우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 대한민국 상황에선 현실성이 떨어지고, 그러니 정성호 의원 등도 한발 물러서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 의원은 지난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인들이 그런 애기도 못 하느냐"며 "대통령실 반응이 더 이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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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8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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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군의날 계엄 선포할수도"…민주, 루머 확산에도 '뒷짐'

문제는 민주당 지도부가 제기한 '계엄설'이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급기야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선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국군의날(오는 10월 1일) 계엄령이 발동될 수 있다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인기글에 올라간 한 게시물에선 "시민들이 여의도 일대 집회신고를 하고 국회를 에워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고, "신빙성이 있다", "계엄령 선포되면 통신도 끊는다는데" 등 동조하는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경고한 것일 뿐, 수습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당 원내 관계자는 "저희가 수습하고 말 사안이 아니다"면서 "계엄에 대해 환기시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또 "지도부가 저희는 모르는 제보가 있다고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지도부가 모든 것을 공개할 수 없는 것이고 정무적으로 판단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은 여러 의혹을 들어 어떤 사안을 주장하는 것은 자유지만, 근거 없이 '공론화'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현재 정치 상황에선 계엄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언론을 예로 들면 어떤 제보를 받으면 확인 절차를 거치는데, 공당에서 제보를 받았는데도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공당이면 당연히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엄 가능성을 얘기하자면 -500%"라면서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 42명의 의원을 구금하면 촛불로도 박근혜 정권을 몰아낸 국민이 가만히 있을 수 없고, 실제 계엄을 한 다음 평상시로 돌아간다면 정권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은 회생이 불가한 만큼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도 "의심하는 것은 괜찮은데, 공론화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면서 "일부 의원의 일회성 발언 수준이면 괜찮지만,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여야 대표회담에서 당대표가 얘기하는 것은 문제이며 최소한의 근거도 얘기하지 않은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계엄 논란이 현재 정치 양극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얘기했을 때부터 먼저 선을 넘은 것"이라며 "사실상 야당을 반국가세력이라고 얘기한 것인데, 야당은 여기에 계엄 의혹을 제기하며 몰아붙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본다면 비상식의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 양극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라창현 기자(r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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