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청약통장을 만든지 15년이 흘렀다. 드디어 4인가족 기준 만점 69점을 채웠다. '로또 청약', 강남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들의 청약소식에 설렘은 커졌다. "그래도 만점짜리 통장인데".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았다.
청약결과가 나왔다. '광탈'.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에서 69점은 명함도 못내밀 정도였다. 13개 주택형 중 전용면적 137㎡B 하나만 최저가점이 69점이었다. 이 아파트 당첨자 평균 가점은 76.6점에 달했다. '방배 디에이치' 역시 탈락이었다. 일부 주택형 최저가점이 69점이었지만, 당첨운은 김씨의 몫이 아니었다.
할만큼 했는데, '꿈'을 이루려면 '운'까지 필요해진 상황이다. 앞으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당첨 청약가점이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셋째를 낳아야 하나".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329만3925명(12.3%)이 가입기간 15년, 만점기준을 채웠다. 이 숫자는 급증할 전망이다. 가입연수 10년을 넘긴 가입자가 715만이 넘기 때문이다.
올들어 7월까지 강남권 청약 당첨자 중 83%의 가점이 70점 이상이었다. 15년 이상 무주택 자격을 유지한 3~4인 가구가 강남권에서 청약에 당첨된 비율은 17.4%에 그쳤다.
요즘엔 자녀 둘을 키우는 가구도 예전만큼 많지 않다. 핵가족화가 심화되고 있다. '2024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인·2인가구 합계 비중은 66.1%, 3인가구 이상은 33.9%에 불과하다.
하반기에도 강남권 '로또청약'은 이어진다. '청담 르엘',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등이 분양에 나선다. '행운의 주인공'은 누가 될것인가. 무주택 15년을 채운 4인가족, 3인가족은 당첨될 자격이 없는걸까? 청약통장은 더이상 청약 보증수표가 아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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