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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22회 금리인상, 30여개 대출대책…은행권 뒤흔드는 '이복현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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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조여라→금리 인상은 마라→실수요자 보호하라"

금융권 "혼란스럽다…방향대로 달렸는데 비판만"

뉴스1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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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솔직하게 혼란스럽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에 은행권이 어수선하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이 원장이 가리킨 방향으로 동분서주하게 움직였지만 돌아온 것은 '일침' 뿐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4일 "가계대출 대책도 금감원과 공감대가 없었다"며 은행권을 질책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 사이의 혼란이 이어지면서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이 원장은 세간의 '관치 금융' 비판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책이 효과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더 강한 개입을 예고한 상태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실패 책임을 은행권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대출 조여라→금리 인상 마라→실수요 보호하라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시화되던 지난달 2일 이 원장은 금감원 임원 회의를 통해 "무리한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첫 메시지를 냈다. 금감원은 다음날 17개 국내은행 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가계대출 현장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은행권에선 이른바 '금리 인상 릴레이'가 벌어졌다. 은행이 대출 수요를 누를 수 있는 첫 번째 카드가 '금리'기 때문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이 7~8월 사이에 금리를 인상한 횟수만 총 22차례에 달한다.

그러나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금리 인상은 정부가 원한 것이 아니다"며 제동을 걸었고, 금감원은 27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대출 심사를 강화해 투기 수요를 잡아야 한다"고 다시 메시지를 냈다.

이후 은행권에선 '대출 축소 릴레이'가 벌어졌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전세대출, 신용대출 한도와 대상을 축소했으며 일부 은행은 "무주택자만 전세대출이 가능하다"는 초강수 조치를 꺼내기도 했다. 약 일주일 사이에 5대 은행이 발표한 대출 축소 대책만 총 30여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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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9.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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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권 "혼란스럽다…방향대로 달렸는데 비판만"


문제는 이 원장이 다시 한번 은행권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 4일 "기계적·일률적 대책으로 실수요자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행권 대책이 과하다는 비판에 대해선 "당국과의 공감대가 없었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이 원장의 발언에 금융권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침에 따라 금융권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 방향이 아니다"는 메시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대출 수요를 억누르기 위해 은행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며 "금리 인상, 대출 조이기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는데도 비판만 받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이 원장이 "대책 발표 전 대출 상담이나 신청을 받은 차주는 대책에서 예외 하라"는 발언을 두고는 현실을 고려치 않은 방침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상담은 몇 달 전에도 받을 수 있고 내역이 남지 않는 구두 상담이나 비대면 상담도 있다"면서 "어디까지 예외라는 것인지 모호한 부분이 많은데 섣부른 공개 발표"라고 말했다.

◇ '관치 금융' 비판에 정면 돌파 예고…"개입해야 할 때"

이 원장의 발언에 따라 금융사 대출 기준이 흔들리면서, 정부가 민간 금융사 경영까지 개입하는 '관치 금융' 비판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은행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상생금융' 정책을 펼치면서, 이 역시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다만 이 원장은 지난 4일 "지금은 개입해야 할 때"라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은행권이 제대로 된 대책들을 내 실제 효과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오는 10일 가계부채 대책 관련 은행장 간담회를 예고한 상태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실패 책임을 은행권에 떠넘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가계대출, 집값 관리에 실패하자 은행에 자체적인 기준을 세워 관리하고 실패 시 페널티까지 준다고 한다"면서 "정부 스스로도 하지 못한 일을 은행에 떠넘겨버린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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