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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2분기 GDP 역성장… 건설투자·민간소비 부진 영향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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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집계한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2%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분기부터 이어온 플러스 성장이 약 1년 만에 깨진 셈이다. 건설투자와 민간소비가 부진한 영향을 받았다. 전체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모든 소득을 합한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11분기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세계일보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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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분기 역성장 기록한 GDP

한은이 5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지난 7월 발표된 속보치와 동일하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연속 이어진 플러스 성장이 멈춰섰지만,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2.4%)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강창구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2분기 역성장은 1분기의 큰 폭 성장에 따른 조정 측면이 있지만, 상반기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2.8%로 성장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하반기 수출이 증가세를 지속하고 기업의 투자 여력이 증대되는 가운데 가계 실질소득도 개선되면서 연간 성장 전망치에 부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선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이 나왔다고 하반기 경기침체나 내수 부진이 심화하는 것이 아니고, 하반기부터 내수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최근 소매판매는 부진했지만,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치) 100을 웃돌고, 민간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소비지수도 두 달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고 일축했다.

2분기 성장률을 지출항목별로 보면 수출이 자동차·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1.2% 늘었지만, 원유·천연가스·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입 증가율은 1.6%에 달해 수출을 크게 웃돌았다.

민간소비는 승용차·의류 등 재화소비 부진으로 0.2%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중심으로 1.2% 축소됐다. 1분기 성장을 주도한 건설투자도 1.7% 뒷걸음치며 속보치보다 0.7%포인트나 떨어졌다. 정부소비도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2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건설투자(-0.3%포인트)·설비투자(-0.1%포인트)·민간 소비(-0.1%포인트)가 모두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분기 기여도가 0.8%포인트에 이르던 순수출도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늘면서 -0.1%포인트를 기록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정부소비(0.1%포인트)만 유일하게 플러스였다.

2분기 실질 GNI는 전기 대비 1.4% 낮아져 지난해 2분기(-0.9%) 이후 4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21년 3분기(-1.6%) 이후 11개 분기 만에 가장 큰폭으로 하락했다.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무역손실이 1분기 11조3000억원에서 2분기 16조6000억원으로 늘고 같은 기간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5조9000억원에서 4조4000억원으로 줄면서 성장률이 실질 GDP(-0.2%)를 밑돌았다.

강 부장은 “실질 GNI는 재화서비스 수출을 통해서도 나오므로 교역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가격 상승이 반도체 수출가격보다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돼 무역손실이 지난 분기보다 확대됐고, 외국인 배당이 늘어나는 계절적 영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이종웅 차장과 김윤재 조사역은 이날 블로그에 게시한 ‘경제 지표의 그늘, 체감되지 않는 숫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기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로 ‘수출과 내수 간 불균형’을 꼽았다.

이들은 체감경기 부진의 구조적 요인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후 반도체, 정보기술(IT) 기기 등 자본집약적 산업 중심으로 수출업종이 재편되면서 수출이 고용 및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적 요인으로는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를 제약해 체감경기 저하를 부른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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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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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가 추석 차례상 물가 위협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동반한 기후변화가 추석 차례상까지 위협하고 있다. 참조기, 굴비 등 차례상에 올라가는 수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30%가량 급등했다. 이상 고온으로 바닷물이 뜨거워져 어획량이 줄어든 탓이다. 양식장에서도 폐사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참조기(냉동) 1마리 소매가격은 지난 4일 기준 1754원으로 1년 전보다 30.1% 높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뺀 3년 평균치(평년 가격)보다 30.2% 높다.

기후변화로 어군이 형성되는 장소나 시기가 바뀌는 바람에 어민들은 조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조기 어획량은 2020년 4만1000t에서 2021년 3만1600t, 2022년 1만6400t, 지난해 1만5100t 등으로 감소 추세다.

추석 선물로 인기 있는 김 가격도 오름세다. 연초 장당 100원을 밑돌던 소매가는 전날 135원으로 올랐다. 작년 동기보다 38.0%, 평년보다 49.1% 각각 올랐다. 고수온 현상으로 김 양식의 시작 단계인 채묘(김의 씨를 그물에 붙이는 작업) 시기가 늦어지면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여파다.

이상기후는 농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여름 배추는 장마 후 폭염에 따른 무름병 발생으로 출하량이 감소해 1포기에 7000원(소매 기준)을 넘기는 등 급등했다.

실제로 올여름 한반도는 역대 가장 더웠다. 평균기온과 열대야 일수, 해수면 온도가 모두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상청이 이날 발표한 ‘2024년 여름철 기후특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6∼8월 평균기온은 25.6도로 1973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았다.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해수면 온도도 크게 올라 23.9도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1.1도 높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러한 급격한 수온 상승은 해양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어획량 감소로 이어졌다.

정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농·수산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마련을 추진 중이다. 농식품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산물 수급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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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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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국민·케이뱅크, 다주택자 주담대 제한

KB국민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도 주택담보대출 대상을 무주택자로 한정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9일부터 1주택 세대의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 목적의 주담대 취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이사나 갈아타기 등 실수요자의 기존 보유 주택 처분 조건부로는 대출해준다.

국민은행은 아울러 신규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고, 한도에 차주가 다른 은행에서 빌린 신용대출 금액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최근 시중은행이 주담대 제한 정책을 내놓자 신용대출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케이뱅크도 이날 구매 목적 아파트담보대출 취급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다만 1주택자도 기존 주택 처분을 서약하면 대출을 허용한다. 6일부터는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 10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한다.

앞서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다주택자 대상 수도권 주담대를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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