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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우리집 앞은 안 돼, 집값 떨어질라" 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소 설치 위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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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기한 내 충전시설 설치 도중

설치 위치 두고 입주민 간 갈등 발생

입주민 불안감·안전성 등 고려해야

인천 청라동 아파트 화재 사고 여파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파트 구역의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위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말로 충전시설 설치 법정 기한이 다가온 가운데, 충전기를 설치할 공간 확보와 위치 선정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고 설치가 이뤄진다는 입주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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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1층 방 창문과 화단, 보도블록 사이에 위치한 전기차 완속충전기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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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28일 친환경자동차법이 개정되면서 100가구 이상의 아파트에 전기자동차 전용 주차구역과 충전시설 설치가 의무화됐다. 구축 아파트는 전체 주차면 수의 최소 2%를, 법 개정일 이후 신축 아파트는 최소 5%를 설치해야 한다. 설치 기한은 개정일로부터 3년 이내인 다음 해 1월27일이다. 단,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을 받아 1년의 유예기간을 적용한다. 이를 위반하면 이행강제금이 최대 3000만원 부과된다.

정부 방침에 아파트 구역의 충전소 숫자는 급증했다. 한국환경공단이 공개한 ‘전기차 충전소 위치 및 운영 정보’에 따르면, 지난 7월8일 기준 전국의 전기차 충전소 총수는 36만1163곳이며, 총수의 61.8%인 22만3158곳이 아파트였다. 충전소 총수는 법 개정 전인 2021년 10만388곳에서 3년 새 26만775곳(259.8%) 늘었다. 아파트의 경우 같은 기간 16만8421곳(307.7%) 증가했다. 아파트 내 충전시설 증가율이 전체의 증가율을 훨씬 웃돌았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설치 위치가 논란이 됐다. 잇단 화재 사고로 전기차의 안전에 대한 불신은 팽배한데 법정 기한을 이유로 급하게 설치하다 보니 입주민 간에 이견이 발생한 것이다. 전기차 전용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일부 구축 아파트에서는 어린이 놀이터, 자전거 보관소, 1층 가구 앞이나 화단 등과 인접한 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해 입주민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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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구의 한 아파트 급속충전기와 일렬로 늘어선 완속충전기/사진=최호경 기자 hoc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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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6년 된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6개동 713가구가 입주해 있다. 지난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한 뒤 올해 3월15일부터 운용한 전기차 충전기는 16대(급속 1대·완속 15대)다. 완속충전기 15대는 105동 뒤편에 일렬로 설치돼 있다. 전기차 충전기와 1층 가구와의 간격은 불과 2.5m 정도다. 이 아파트 단지의 관리사무소에 등록된 전기차는 8대뿐이다. 지난해 정부가 배포한 ‘공동주택 전기자동차 화재 대응 매뉴얼’을 보면 전기차 충전구역은 인접한 건축물과 10m 이상 떨어진 위치에 설치하라고 권고한다. 의무 규정이 아니어서 지키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 최모씨는 “민원인들이 반대하는 입장은 이해한다”면서도 “입주민들이 (설치 과정이) 마구잡이라고 오해한다. 나라에서 (설치)하라고 하니까 절차를 거쳐서 했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또 “님비(NIMBY) 현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규남 한국환경공단 전기차보조사업TF 과장은 “(신축 아파트와 달리) 옛날 아파트의 경우에는, 당시 누가 충전기와 전기차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조 과장은 “갑자기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꾸역꾸역 설치하다 보니, 어딘가에 하긴 해야 하는데 위치가 적절치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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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안전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전기차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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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시설에 대한 불안과 불편을 호소하는 이는 온라인에도 등장했다.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파트 1층에 사는 입주민이 방 창문 앞에 충전기가 갑자기 설치됐다고 주장하며 사진을 공개했다. 1층 창문과 화단, 보도블록 사이라는 다소 특이한 곳에 충전기가 위치했다. 설치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해 화가 나 관리사무소에 항의했지만 “정부에서 하는 일”이란 답변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시한폭탄이 안전장치 하나 없이 머리맡에 떡하니 자리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집값 떨어지면 어쩌나”라면서 “정식 민원을 넣으면 옮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걱정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치된 경우는 처음 본다”며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1층 가정집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팽배할 수 있다. 보행로하고 (충전 케이블하고) 겹치면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다. 안전도 측면에서는 모두 낙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법정 조건만 맞추기 위해 설치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조 과장 또한 “차를 대고 충전하려면 충전 케이블이 보도블록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고, 발이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며 “누가 봐도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충전기 위치의 재조정 절차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김 교수는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가 장소를 선정하면 업체는 설치할 뿐이다. 이 경우에는 도로 외 지역이기 때문에 정부나 공공기관이 관여할 수 없다”며 “법정 조건만 맞추면 나머지는 입대의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과장 역시 “피해 당사자와 입대의, 설치회사가 삼자대면을 통해 장소 변경을 협의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충전기를 설치한 LG유플러스볼트업 관계자는 "보도블록을 들어낸다던가 뭔가 추가 작업이 있을 것 같다"며 "(만약 위치 조정이 필요하면 비용에 대한) 저희 책임은 저희가 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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