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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푸틴, 해리스 공개 지지…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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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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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히자, 미국 행정부가 “대선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가 선호하는 후보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그러나 그가 불출마하면서 지지자들에게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할 것을 요청했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해리스의 풍부하고 ‘전염성 있는’ 웃음”을 언급하며 “그가 잘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전의 어떤 대통령도 도입하지 않았던” 러시아에 대한 “너무 많은 제한과 제재”를 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리스가 ‘잘한다면’ 그런 행동을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의 새 대통령은 미국 시민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미국 국민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러시아 국영 방송사 아르티(RT)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 혐의로 미국 정부 제재 대상에 오른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직원 2명이 기소됐고, 크렘린이 연관된 기관 제재 명령이 내려진 직후에, 대선 개입 의혹을 받을만한 공개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미국 행정부는 공개 반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푸틴은 우리 선거에 대한 발언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그는 어느 쪽으로든 누구도 선호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어 “다음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지를 결정하는 유일한 사람은 미국 시민”이라면서 “푸틴이 (미) 대선에 대해 그만 이야기하고 간섭을 중단하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대응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행적을 보면, 그가 정말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것일지 의구심이 쌓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내 대표적인 ‘친러’ 인사로, 임기 당시 푸틴 대통령과 밀착하는 관계를 보여왔다.



2015년 1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기 몇달 전부터 푸틴 대통령은 그를 “의심할 여지 없이 밝고 재능 있는 인물”이라고 추어올렸다. 반면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혐오감은 숨기지 않았다. 2016년 대선 앞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폭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힐러리 캠프가 그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면서 ‘트럼프 당선을 위한 러시아의 정치 공작’ 의혹은 거세게 불거진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2019년 정상회담을 열기도 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냉전은 끝났다”, “미국과 러시아는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며 관계 지속 의지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 폭스뉴스 앵커와의 인터뷰 때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좋은 개인적 관계”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랬던 푸틴 대통령은 한주 뒤 또 다른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 후보 관련 질문을 받고 “(내 선택은) 바이든”이라며 “그는 더 경험이 있고 더 예측 가능한 인물이며 구식 정치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미국인들이 신뢰하는 어떠한 미국 대통령과도 공조할 것”이라고 답했다. 2년6개월째 전쟁 중인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펴는 민주당 정부보다 이를 막아서온 공화당 정부가 자국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것이 상식적인데,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은 진짜 속내를 숨겼거나, 외교 관계에서 ‘덜 까다로운’ 대상으로 민주당 후보를 택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시엔엔(CNN) 방송은 “푸틴은 단순히 미국 국내 정치를 흔들고 있을 뿐”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의 웃음을 언급한 것 또한 일종의 ‘조롱’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시엔엔은 푸틴 대통령의 지지 표명이 “받는 사람에게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그는 이날 뉴욕경제클럽에서 열린 월가 인사들과의 행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정확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모욕을 당한 것인지, 그가 나에게 호의를 베푼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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