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6 (월)

'일본도 살인' 유족 "하루하루 지옥, 애들은 아빠없는 삶…최고엄벌 내려달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서울 은평구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한 30대 남성 백 모씨가 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살인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본도 살인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한 순간에 지옥이 됐다"며 가해자 백모(37)씨에 대한 최고 엄벌이 내려지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백씨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엄벌을 내려달라는 내용의 탄원서 공개 모집에 나선 것이다.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도 살인 사건 피해자의 가족이라고 밝힌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매제를 떠나보내고 저희는 하루하루 지옥에서 살고 있다"며 "동생(피해자의 아내)은 울부짖으며 힘들어하고, 부모님은 그 모습을 보며 아파하고, 조카들은 엄마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만히 있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고 미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선량하고 남에게 피해 한번 준 적 없이 오직 가족만 생각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매제였고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하나뿐인 아들이었다"며 "왜 이런 끔찍하고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난 건지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A씨는 "이렇게 하루하루가 지옥인데 가해자 부모라는 사람은 자기 아들을 옹호하고 죄가 없다고 댓글을 달고 있다"며 "사과는 못 할지언정 어떻게 유족들에게 대못을 박고 더 힘들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가해자 백모(37)씨의 아버지는 사건 관련 기사에 아들을 옹호하는 댓글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전날 가해자 아버지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날 A씨는 피해자 휴대전화에 첫째 자녀가 네잎 클로버와 포켓몬 스티커를 붙여준 사진을 함께 공개하며 가해자 엄벌을 촉구했다.

피해자 아내도 글을 올렸다.

아내 B씨는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남편과 여름 휴가를 계획한 날이었다. 아무 일이 없었다면 아이들과 부모님이 즐거운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을 텐데, 그래야 했던 시간이 지옥으로 변했다"고 썼다.

B씨는 "남편은 매일 퇴근하고 집에 오면 씻지도 못하고 집안일을 도왔다. 큰 아이와는 보드게임, 악당 놀이 등을 하면서 놀아주는 남편이고 아빠였다"며 "남편 휴대전화 메모장에는 자폐 진단을 받은 둘째 아이의 발달을 위해 어떻게 놀아줄지에 관한 정보가 빼곡이 적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하는 남편, 사랑하는 아빠, 사랑하는 아들을 갑자기 잃었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 밤, 여름 휴가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과 취침 준비를 하며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갑자기 사라졌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B씨는 "열심히 돈 모아 첫집을 장만하며 둘째도 낳고 행복했던 우리 가족의 공간이 한 순간에 견딜 수 없는 지옥이 됐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인사도 못하고 억울하고 잔인하게 남편이 갔다"며 "그 때(담배 피우러 나갈 때) 그 사람을 나가지 말라고 잡았다면, 이사 가자고 안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라면서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뉴스 기사를 들을 때마다 무너지고 또 무너진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큰 아들이 지켜보며 걱정하는 모습에 또 미칠 것 같다"며 "이제 아이들은 아빠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크게 슬퍼했다.

일본도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이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린 피해자 김모씨의 휴대폰. 김씨의 첫째 아이가 붙여준 네잎 클로버와 포켓몬 스티커가 남아있다. (사진=유족 제공)

그는 생전 남편이 "'아이들 사춘기는 내가 책임질테니 걱정하지 말아' '둘째 몸 놀이는 내가 할테니 힘쓰지 말아'라고 했다"면서 "아빠와 게임하고 배드민턴 치는 것을 좋아하는 큰 아들은 더 이상 아빠와 놀 수 없다"고 적었다.

아울러 B씨는 "언젠가 아이들이 아빠의 죽음에 관한 사실을 직면할 때가 올 것"이라며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아빠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반드시 최고 엄벌이 내려지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가해자 백씨는 지난 4일 서울서부지법에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사 확인서를 냈다. 국민참여재판은 무작위로 선정된 만 20세 이상의 배심원이 유·무죄 및 양형을 평결하고, 법관이 평결을 참고해 판결하는 제도다. 법관이 배심원의 평결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백씨는 지난달 7월29일 오후 11시27분께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인근에서 날 길이 75㎝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아파트 주민 김모(43)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백씨는 피해자 김씨의 얼굴과 어깨에 등을 향해 흉기를 10여차례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husn7@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