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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사설]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가 의료 정상화 물꼬 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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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병원 곳곳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5일 주 1회 성인 진료 중단을 알린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관련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대통령실과 여야는 6일 의료 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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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2026년도 의대 증원 규모(2000명)를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의료계가 합리적 추계를 갖고 대화 테이블에 나온다면 얼마든지 정원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의·정 협의체를 운영하자”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제안에 대해서도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즉시 협의체를 가동하자”고 했다. 의대 증원 문제로 7개월째 이어져온 의료 대란을 해결할 계기가 마침내 마련된 것이다.

지금 의료 현장은 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비정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뿐 아니라 일부 수도권 대형 병원 응급실까지 제한 운영에 들어갔고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공백도 우려된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그동안 대화 없이 상대와 싸워 이기려고만 했다. 정부는 의료 개혁은 물러설 수 없는 과제라며 정원 조정에 경직적 태도를 보였다. 응급실 진료 차질은 과장됐다며 시간만 보냈다. 일부 의사들은 큰 인명 피해나 의료 대란이 일어나 정부가 백기 투항하기를 바라는 듯했다. 전공의들은 아예 대화의 문을 닫았고 의사협회는 정치적 구호만 외쳤다.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의료계가 책임 있는 대표를 여·야·의·정 협의체에 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금 의료계는 전공의와 의사협회, 의대 교수, 병원협회 등으로 분열돼 있다. 누구와 협상을 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대표가 나와 합의를 이룬다 해도 의료계 다른 측에서 거부할 수도 있다. 의료계가 지혜를 모아 사태를 끝내는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협의체는 전공의 처우 개선과 수가 조정, 의사 사법 리스크 경감 등 오랜 숙원을 해결할 기회이기도 하다.

현재 의사 단체들은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내년 의대 증원부터 백지화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대학별 정원을 확정해 입시 요강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내년 정원 조정은 어렵다.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국민 다수 여론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대다수 의료계도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2000명으로 정한 데 대해 반발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어느 정도의 증원이 적절한 것인지 여·야·의·정이 마음을 열고 논의해 결론을 내기 바란다. 야당과 일부 의사들이 주장하는 ‘2000명 책임자 해임’은 사태 해법이 마련된 뒤에 따져도 된다. 모처럼 마련된 기회가 의료 정상화로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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