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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佛 전통의 맛 살리려 노력… “정신까지 음식에 녹인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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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로 욘트빌 박재형 셰프

음식 맛에 달라지는 반응 즐거워

요리 프로그램 보며 셰프 꿈 키워

클래식하고 전통적인 프렌치 메뉴

겉모습 넘어 정신 재현하려 노력

브레이징한 엔다이브를 곁들인

농어 파피요트가 시그니처 메뉴

비스트로 욘트빌의 박재형 셰프를 만났다. 그는 미국 세크라멘토 주립대학교 교환학생 시절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서 주변 지인들과 파티를 즐기곤 했는데, 직접 만든 요리들을 해주었을 때 상당한 행복을 느꼈다. 스스로 만든 요리를 맛보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는데, 아마도 음식 맛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반응이 재미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세계일보

박재형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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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셰프는 그 당시 인기가 많던 요리 프로그램 ‘아이언 셰프’를 보며 셰프를 꿈꿨다. 꿈을 완성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CCA(california culinary academy)에 입학해 전문적인 요리의 기초(이론, 실습, 매니지먼트)를 배웠다.

요리학교의 마지막 과정으로 운이 좋게 서부 지역에서 유명했던 다이닝 중 로스가토스의 맨리사 레스토랑에서 실습했는데 4개월 동안 음식의 기본 베이스인 야채, 해산물 손질부터 육수(야채, 육류) 등 여러 방법들을 공부했다.

아침을 준비하는 시간이 끝난 뒤에도 남아서 직원들과 디너 서비스도 하면서 레스토랑 전반의 운영과 시스템도 익힐 수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여러 야채와 과일을 매일 손질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순간들이 스스로에게 사진을 찍듯이 이미지로 남아 아직도 일하고 식재료를 사용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레스토랑 셰프의 도움으로 소노마의 레스토랑 사이러스에서 경력을 쌓은 뒤 한국에 돌아와 팔레드 고몽, 줄라이, 그린테이블, 탑클라우드, 현대카드 퍼플하우스를 거쳤고 현재 비스트로 드 욘트빌에서 총괄 셰프로 8년째 일하고 있다.

타미 셰프가 2009년 서울 압구정에 오픈해 현재까지 운영하는 비스트로 드 욘트빌은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15년이라는 시간을 지켜내고 있다. 클래식하고 전통적인 프렌치 메뉴를 고객들에게 선보이다 보니 이런 프랑스 음식들의 레시피, 겉모습, 하드웨어, 기술은 노력하면 재현할 수 있지만 과연 프랑스의 정신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됐고 이러한 부분을 채워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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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 파피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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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런 우려와 다르게 서울에 거주하는 프랑스 손님들과 소통할 때마다 많은 용기와 격려를 받고 있다.

특히 프랑스 대사가 욘트빌의 음식은 무척 프랑스적이고 무엇보다 이곳에는 프랑스의 정신이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타미 셰프와 박 셰프의 노력이 모여 한국 안의 프랑스 퀴진을 만들어내고 있다.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뱅블랑소스와 발사믹식초에 브레이징한 엔다이브를 곁들인 농어 파피요트다. 치킨스톡과 농어뼈로 육수를 내어 펜넬과 샬롯을 볶아내고 천천히 졸인 후 버터와 블랙 트러플을 넣어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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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징 양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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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곁들이는 가니시는 버터를 두른 팬에 소금 후추 간을 한 엔다이브를 넣어 색을 내주고, 발사믹식초를 넣어 살짝 날려준 뒤 치킨스톡과 레몬주스를 넣어 천천히 졸인 후 마무리한다.

이어 브란지노에 소금 간을 하고 화이트와인과 모시조개를 넣은 뒤 종이 포일 봉투에 담아 오븐에 넣어 6분 정도 스팀해 준다. 트러플을 넣은 진한 뱅블랑소스와 조금의 느끼함을 발사믹식초로 브레이징한 엔다이브로 조절한 메뉴로 디너 생선 중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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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브레이징한 양 사태. 6개월 미만의 어린 양 사태를 오븐에 로스트한 후 볶은 미르프아 야채와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레드와인, 치킨스톡, 르무야주를 넣어 오븐에 6시간 브레이징한 뒤 라이스 필라프와 같이 제공한다. 양고기 특유의 향에 거부감을 가지는 고객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양고기 요리로 부드럽고 주시하면서 풍부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박 셰프는 프랑스 요리를 한국에서 선보일 때 항상 긴장하고 많은 고민을 하는데, 프랑스에서 온 고객들이 프랑스에서 식사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할 때 큰 행복함을 느낀다.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한국에 프렌치 비스트로를 알릴 수 있는 셰프로 남고 싶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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