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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실험동물에 감사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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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현정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 마하트마 간디의 유명한 명언이다.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존재들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그 국가의 진정한 수준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동물과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면서 공존해 왔으며, 이러한 관계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왔다.

농경 사회에서 동물은 식량을 제공할 뿐 아니라 노동, 운송 수단, 의복 제작에 사용됐다. 산업화 시대에는 가축화 또는 계획된 품종 개량을 통해 축산업이 발전했다. 더불어 식품 산업에서 중요한 자원으로 여겨졌다. 현대 사회에서 동물은 의·약학, 생리학, 병리 및 독성학 등의 기초 연구와 식품 분야의 과학 연구 수행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식품은 인간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건강과 직결된다. 최근 식품은 단순한 영양 공급 수단을 넘어서고 있다. 특정 질병의 예방과 관리, 노화 방지, 개인별 맞춤 식품 개발 등 기능성 식품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식품의 기능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체 시험 적용 전 동물실험의 수행과 연구 과정이 필수적이다.

동물실험이란 교육·시험·연구 및 생물학적 제제(製劑)의 생산 등 과학적 목적을 위해 동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실험 또는 과학적 절차를 의미한다.

최근 동물의 권리와 생명윤리가 중요시되면서 실험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관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의 동물실험계획서 사전 심의와 승인된 실험의 진행 여부 확인, 그리고 실험동물 시설의 관리·운영 점검 등은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동물실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법적인 절차다.

2016년 동물실험을 실시한 화장품 등의 유통 판매 금지 관련 법이 공표되는 등 실험동물의 희생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과학적 연구에 실험동물을 완전히 대체할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3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 및 동물실험 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해 실험에 사용된 동물은 약 458만 마리다.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장기 이용 연구 등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인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고, 연간 1만 마리 이상의 실험동물을 사용하는 기관은 의무적으로 동물의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해 ‘실험동물 전임 수의사’를 두도록 하는 개정 동물보호법이 지난해 4월27일부터 시행됐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실험동물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인력, 시설, 운영 프로그램 기준을 충족시킨 기관을 ‘우수동물실험시설’로 지정하는데, 이를 통해 실험동물에 대한 윤리적인 취급과 동물실험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29일 기준 등록된 국내 동물실험시설 511개 중 한국식품연구원을 포함한 25개 기관이 우수동물실험시설로 지정받아 운영되고 있다.

오늘날 실험동물은 우리가 누리는 안전하고 다양한 식품을 만들어 내는 일등 공신이며, 앞으로도 인간이 더 나은 식생활을 추구하는 데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동물실험을 수행하는 식품 연구자 모두가 실험동물의 고귀한 생명을 존중하고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책임감 있는 연구를 할 것을 기대해 본다.

전현정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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