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선거 폐해 탓 지적도…'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 수면 위
출마선언하는 곽노현 전 교육감 |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서울교육감 보궐 선거가 한 달여 남은 가운데 후보자들의 과거 전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를 매수하거나 상대에게 막말한 전력이 있는 후보는 물론 정부가 마련 중이던 대학입시제도 개편안 유출의 책임이 있는 후보까지 출마에 나서면서다.
도덕성 논란이 있는 후보들이 잇따라 출마에 나선 것은 교육감 선거가 상당수 유권자의 외면 속에 치러지는 탓으로,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 선언했거나 의향이 있는 인물은 15명에 이른다.
지난달 29일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직위를 상실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자리에 너도나도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공교롭게도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의 중도 낙마로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보궐선거에 곽 전 교육감이 재도전한다.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서울교육감에 당선됐으나 선거에서 같은 진보 진영 후보에게 단일화를 조건으로 2억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2012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형을 선고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2019년 신년 특별사면에서 복권된 상태로, 복권되지 않았더라도 피선거권 제한 기간(10년)이 지나 출마에 법적 제약은 없다.
그러나 교육계에선 곽 전 교육감의 재출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출마선언하는 조전혁 전 의원 |
2022년 선거 당시 '막말 논란'을 빚은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 역시 출마 행렬에 동참했다.
조 전 의원은 당시 같은 보수 진영 후보인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을 '미친X'라고 지칭한 녹음 파일이 공개돼 물의를 빚었다.
녹음 파일을 공개한 또 다른 후보에게는 '인간 말종'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진보 진영 후보인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10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유출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하기로 했던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시안을 미리 입수해 이를 한 고등학교 교사에게 공유하며 이 자료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학생, 학부모의 관심이 무엇보다 큰 대입 개편안이 유출되면서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출마 선언 후 대입 개편안 유출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기자단 질의에 "자료를 다른 곳에 보낸 것은 인정하지만 유출이란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며 "(관련 사태에)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논란의 전력이 있는 후보들이 나오면서 그간 문제 제기돼왔던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 선거는 다른 선거에 비해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깜깜이' 선거로 치러진다.
실제로 2022년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선거 무효표는 총 90만3천227표로,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35만928표)의 2배가 넘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초 정부는 시·도지사 후보자를 정후보자로, 교육감 후보자는 부후보자로 등록해 유권자가 시·도지사 후보자만 투표하고, 교육감 당선자는 시·도지사 후보자의 투표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하며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 대해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로 반복되고 있다"며 "지자체장과 교육감의 불필요한 갈등 상황을 방지하고 지방 교육 발전, 지방교육자지 실현에 기여하려면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러닝메이트 선거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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